‘신인 등용문’ 존재감 커진 OTT… TV 드라마와의 균형이 관건

정진영 2024. 4.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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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활발해지고, 그만큼 제작되는 콘텐츠도 많아지면서 신인들이 등장할 통로도 다양해졌다.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 국내에 등장하며 오리지널 작품들로 경쟁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신인상 후보에는 TV 드라마보다 OTT 시리즈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많아졌다.

OTT란 시장이 열리면서 신인들이 등장할 통로가 개척된 만큼 TV 드라마에선 그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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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무빙'과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포스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넷플릭스 제공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활발해지고, 그만큼 제작되는 콘텐츠도 많아지면서 신인들이 등장할 통로도 다양해졌다. OTT가 ‘신인 등용문’이라 불리는 건 이제 새로운 현상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 역할이 점점 OTT에 치중되면서 드라마 산업의 균형 상실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후보를 보면, 신인연기상 부문에 오른 남녀 후보들이 출연한 작품의 80%가 OTT 작품이었다. 여자 신인연기상 후보에는 고윤정(무빙), 김형서(최악의 악), 유나(유괴의 날), 이이담(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한별(마스크걸)이 이름을 올렸다. ‘유괴의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남자 배우도 마찬가지다. 신인연기상 후보에 오른 김요한(살인자ㅇ난감), 이시우(소년시대), 이신기(최악의 악), 이정하(무빙), 이종원(밤에 피는 꽃) 5명 중 이종원만 TV 드라마로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작품이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과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의 포스터.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제공


이런 흐름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OTT 플랫폼들이 국내에 등장하며 오리지널 작품들로 경쟁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신인상 후보에는 TV 드라마보다 OTT 시리즈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이 많아졌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녀 신인연기상 후보의 변천을 봐도 그 흐름이 뚜렷하게 보인다. 2020년엔 OTT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하나도 없었는데, 2021년엔 남녀 각 2명, 2022년엔 남자 3명, 여자 4명, 2023년엔 여자 1명, 남자 3명 등이다. 올해는 남녀 각 4명이 OTT 작품에 출연한 뒤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이는 OTT가 드라마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드라마 산업 자체가 크게 변화한 결과물이다. 편성과 광고, 간접광고(PPL)에 많은 영향을 받는 TV에 비해 OTT는 이런 외부적 요인에서 자유롭다 보니 신인 배우나 작가, 감독을 기용하는 데도 훨씬 부담이 덜하다. 스타 작가나 배우를 내세우면서 신인들도 함께 쓰는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로 콘텐츠를 송출하는 만큼 새로운 얼굴이나 창의적인 이야기 발굴에 도전하는 것도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들. 왼쪽부터 KBS1 '수지맞은 우리', KBS2 '피도 눈물도 없이', MBC '세번째 결혼'. 각사 제공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OTT 드라마가 장르물이 많아지면서 신인이 많이 등장했다. 스타 파워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과거에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하던 방송사들은 역할이 축소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드라마의 입지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지상파, 종편을 불문하고 드라마 편성을 줄이고 있다. OTT의 등장 이후 경쟁이 심화하면서 치솟은 제작비 등을 충당하기 힘들어진 영향이다. 일일드라마는 KBS1, 2와 MBC에만 있고, 대부분의 방송사는 드라마를 월화 혹은 주말드라마로만 방송 중이다.

새로운 작가와 감독도 보기 어려워졌다. 이들이 등장하는 토대가 됐던 단막극이 없어지다시피 한 게 그 방증이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와 신인의 등용문이었던 일일드라마가 줄어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OTT란 시장이 열리면서 신인들이 등장할 통로가 개척된 만큼 TV 드라마에선 그 기회가 사라진 셈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OTT가 들어오면서 드라마 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오죽하면 ‘오징어게임’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지금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봐줄 시간적 여유가 없어졌다. 드라마 산업 종사자들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K드라마가 성장할지, 주춤할지가 결정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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