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박성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2024.4.16 |
ⓒ 연합뉴스 |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여소야대의 정국을 안고 갈 최초의 정권이 됐다.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질타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평가하는 발언을 가진다고 알려졌다. 충격적인 참패에 제아무리 윤 대통령이라도 이번에는 변화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국정 방향은 옳다'는 윤 대통령
16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모자랐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국정 방향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고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 있어 정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 건전재정 기조 ▲부동산 안정 ▲ 주식 시장 활성화 ▲ 수출 성장 ▲ 원전·반도체 육성 ▲ 청년 지원 확대 ▲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 정부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구조적·고질적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 선출한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뒤 ▲ 화물연대·건설노조 강경대응 ▲ 건전재정 기조 ▲ 한일관계 개선 ▲사교육 카르텔 혁파 ▲ 원전·반도체 육성 등을 언급하며 자화자찬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대국민담화 당시의 '정치적 득실과 상관없이 국민을 위해 기존 국정 방향을 추진하겠다'는 인식이 그대로 이어져 이번 총선의 패배에 대해서도 국정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방향은 옳으나 그 실천 과정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어 국민에게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뜬금없는 포퓰리즘 비판에서 알 수 있는 정국 인식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결국,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들께서 실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며 재차 '국정 방향은 옳지만 국민이 체감하기에 미흡했다'고 강조한 뒤 곧바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우리 미래에 비취 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며 포퓰리즘을 마약에 빗대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 방향은 옳다면서도 국민이 체감하기에 부족했다며 나름의 자기반성을 하던 윤 대통령이 뜬금없이 포퓰리즘을 비난하고 나선 이 대목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현재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있어 현 정부의 국정 방향은 마약과 같은 경제·정치적 포퓰리즘에 찌든 한국 사회를 해독하는 과정의 일환인 것이다.
이는 대국민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의료계를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헌법상 책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국민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 제게 주어진 책무를 확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포퓰리즘과 카르텔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윤 대통령에게 기존의 국정 방향을 바꾸라는 얘기는 곧 대통령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얘기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총선 패배에도 아전인수 해석
이처럼 국정 방향이 국민이 보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민을 위한 개혁임을 알아달라는 것이 윤 대통령이 줄곧 내세우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에게 있어 '국정 방향이 틀렸다'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렇기에 국정 방향이 잘못됐다는 비판은 그에게 있어 포퓰리즘으로부터 못 벗어난 '마약 중독자들'의 원성쯤은 아닐까.
어쩌면 윤 대통령은 '몸에 좋은 약이 입에는 쓰다'라는 속담처럼 총선 패배는 포퓰리즘이라는 마약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고 정부의 국정 방향이 옳았음을 결국에는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총선 패배는 국정 방향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민심이 폭발한 결과다. 아직 윤 대통령의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윤 대통령이 총선을 참패하고도 국정 방향은 옳다는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기존의 국정 기조를 고집한다면 남은 임기 동안 국정 방향 자체가 틀렸다는 국민과 야당의 압박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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