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해독제도 없다? 美가 단정한 '北 생물학 무기' 수준
북한이 생물학 무기(Biological Weapons·BW)를 이용한 비정규전을 위해 유전자 조작 관련 기술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가 새로 내놓은 평가다. 북한이 유전자 조작으로 백신이나 해독제가 없는 병원체를 유포하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가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 군비통제·비확산·군축 합의 이행 보고서’에 따르면 미 측은 “북한은 생물학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박테리아·바이러스·독소 생산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국가과학원 등은 유전자 가위(CRISPR) 관련 능력도 갖췄다”고 분석했다.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조작 능력은 유기체의 DNA를 변경, 삽입하는 것을 말한다 .
지난해 같은 보고서에서 국무부는 “북한이 생물학 무기와 관련해 유전자를 조작하는 제한적 능력(a limited capability)이 있다” “박테리아 등을 생산하는 기술적 능력이 있을 수 있다(probably)”고 설명했다. 올해는 이런 표현 없이 “북한이 능력을 보유했다”고 다소 단정적으로 소개했는데, 이는 북한의 생물학 무기 관련 기술 수준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평가를 미국이 내린 것일 수 있다.
국무부는 미 정보 기관과 합동참모본부 등과 협력해 매년 북한·이란·러시아 등의 핵 활동과 생물학 무기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보고서에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북한이 생물학 무기를 분사기나 독성 펜(poison pen) 주입기 등을 통해 쓸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전부터 북한이 무인기를 활용한 독가스의 공중 살포, 한강의 유류를 활용한 독성물질 수중 살포 등 비정규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는 상존했다. 특히 유기체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세균 등은 기존의 백신이나 해독제가 듣지 않을 수 있어 피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는 다양한 국제 협약을 맺어 사용을 막고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 뿐 아니라 생물·화학 무기 개발에서도 ‘금단의 열매’를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물학 무기에는 전염성이 있는 병원체를 이용한 세균·바이러스 무기와 미생물·독소를 활용하는 경우가 모두 포함된다. 국무부가 보고서의 근거로 삼고 있는 1975년 발효된 유엔의 ‘생물무기 금지협약(BWC)’에 따른 것이다. 세균의 경우 탄저균·콜레라균, 바이러스는 일본뇌염·에볼라 바이러스·천연두 등이 대표적이고, 독소는 보툴리늄이나 신경성 맹독 VX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VX는 앞서 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할 때 썼던 독극물이다. 당시 북한은 베트남 연예인 지망생 도안 티 흐엉 등 여성 2명을 고용해 공항에서 가벼운 신체 접촉만으로 김정남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와 관련, 한·미 싱크탱크인 미국 랜드(RAND) 연구소와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2022년 북한의 생물·화학 무기에 관해 분석한 공동 보고서에서 “북한 특수부대가 에어로졸 분사기를 이용해 사린 독가스를 수도권에 살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은 염소(CL)·포스겐(CG)·시안화물(AC)·사린(GB)·소만(GD)·VX 등 화학 무기 뿐 아니라 탄저균·보툴리늄 독소·유행성 출혈열·폐 페스트 등 10여종의 생물학 무기 제제도 보유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유전자 가위 등 조작을 통한 새로운 병원체 개발은 포함되지 않은 분석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보유량을 “최소 2500t에서 5000t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런 무기들이 야포나 탄도미사일, 무인 항공기(드론), 특수작전부대 등에 의해 살포될 수 있다고 봤다.
만약 탄저균 10㎏을 한낮 서울 상공에서 터뜨린다면 최대 22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12.5Kt 상당의 공중 폭발 핵무기를 터뜨렸을 때 사상자(12만 5000명)보다 피해가 컸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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