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첫 도전한 코미디 연기, 전설의 영화가 됐다
[양형석 기자]
KBS 월화 드라마 <멱살 한 번 잡힙시다>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김하늘은 1998년 최호 감독의 <바이준>으로 데뷔해 영화 <닥터K>와 <동감>, 드라마 <해피투게더> <햇빛속으로> <피아노> 등에서 주로 여리고 청순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하늘은 데뷔 초 하늘하늘 하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미지가 고정돼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하늘은 2003년 코미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동갑내기 문제아를 가르치는 대학생 최수완을 연기하면서 전국 493만 흥행을 견인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PC통신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던 인터넷 소설 원작과 김경형 감독의 흥미로운 연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청순한 이미지였던 김하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가 흥행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 <총알 탄 사나이>는 북미에서만 제작비의 6.5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 UIP 코리아 |
진지한 이미지에서 코미디 배우로 변신
1926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닐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 왕립공군에 입대해 폭격기의 기관총 사수가 됐지만 당시 만 17세에 불과해 실제 전투에 투입되지 못하고 캐나다에 머물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라디오 DJ로 활동하던 닐슨은 미국으로 건너가 B급 액션영화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1950년대 SF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금지된 세계>가 닐슨의 대표작이다.
젊은 시절 <벤허>에서 메실라 역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고배를 마신 닐슨은 1972년 해양 재난영화 <포세이돈 어드벤처>에서 책임감이 강한 선장으로 출연했다. TV로 활동 범위를 넓힌 닐슨은 드라마 <형사 콜롬보>에서 범인 역을 맡기도 했고 <제시카의 추리극장>에서는 제시카와 알고 지내는 유람선 선장을 연기했다. 닐슨은 1980년 코미디 영화 <에어플레인>에 출연했는데 이는 당시 진지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닐슨의 첫 코미디 도전이었다.
그렇게 적지 않은 나이에 코미디 장르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닐슨은 1988년 <총알 탄 사나이>를 통해 본격적인 코믹 연기에 나섰다. 닐슨이 LA 경찰 프랭크 드레빈 역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연기로 관객들을 웃긴 <총알 탄 사나이>는 12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에서만 7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큰 성공을 거뒀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총알 탄 사나이>가 크게 흥행하면서 닐슨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코미디 배우로서 전성기를 활짝 열었고 1991년에 개봉한 <총알 탄 사나이2>와 1994년작 <총알 탄 사나이3>까지 모두 흥행시키며 3부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995년 <못 말리는 드라큐라>, 1996년 <스파이 하드>를 통해 유쾌한 코믹 배우의 이미지를 이어가던 닐슨은 2003년과 2006년 <무서운 영화> 3, 4편에서 미국 대통령을 연기했다.
닐슨은 2008년 <스파이더맨>의 패러디 영화 <슈퍼히어로>에서 원작의 벤 삼촌을 패러디한 알버트 삼촌 역을 맡았다. 초반에 명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스파이더맨>의 벤 삼촌과 달리 <슈퍼히어로>의 알버트 삼촌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했다. 2009년 <스탠 헬싱>을 끝으로 영화 활동을 끝내고 연극 무대 위주로 활동을 이어가던 넬슨은 지난 2010년 11월 폐렴에 의한 합병증으로 향년 8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 고 레슬리 닐슨은 <총알 탄 사나이>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코미디 배우로 자리 잡았다. |
ⓒ UIP 코리아 |
6부작으로 끝나는 짧은 TV 시리즈 <폴리스 스쿼드!>를 영화화한 <총알 탄 사나이>는 사실 크게 주목 받는 기대작은 아니었다. 하지만 'ZAZ 사단'으로 불리는 데이빗 주커, 짐 에이브럼스, 제리 주커 콤비가 만들고 환갑을 넘긴 배우 레슬리 닐슨이 작정하고 망가지는 연기를 선보인 <총알 탄 사나이>는 극장가에 이변을 일으키며 크게 흥행했다. <총알 탄 사나이>는 영국 최대의 공영방송사 BBC가 선정한 100대 코미디 영화 72위에 올라있다.
LA 경찰 프랭크(레슬리 닐슨 분)는 범인을 쫓다가 큰 부상을 당하고 마약사범으로 몰린 동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수사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영국 여왕 암살첩보를 듣게 되고 테러리스트에 맞서 여왕 암살을 막아낸다. 만약 톰 크루즈나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을 맡았다면 진지한 액션 스릴러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ZAZ 사단과 레슬리 닐슨은 오직 관객들을 웃기겠다는 일념으로 1시간 25분의 런닝타임 동안 브레이크 없이 질주한다.
물론 <총알 탄 사나이>는 썩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코미디 영화에 큰 애정이 없는 관객들은 그저 유치한 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실컷 웃고 싶은 날이 있다면 <총알 탄 사나이>는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북미에서만 제작비의 6배가 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검증을 마친 코미디 영화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프랭크는 영국 여왕 암살 같은 큰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방식이 언제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영화 내내 면허소지가 의심될 정도로 단 한 번도 주차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또한 프랭크는 악당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무고한 사람을 구타해 기절시킨 후 옷을 빼앗는다. <총알 탄 사나이> 1편에서는 야구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기로 한 성악가와 경기의 주심을 기절시켜 여왕 암살 테러가 일어나는 야구경기 현장에 잠입했다.
1994년 3편을 끝으로 3부작을 마감한 <총알 탄 사나이>는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와 영화 < 19곰 테드 >를 연출한 세스 맥팔레인이 제작을 맡은 리메이크작이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총알 탄 사나이>의 원작이 진지한 이미지의 배우 레슬리 닐슨이 망가지는 코믹연기를 선보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한 것처럼 리메이크작에서도 누구보다 진지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 리암 니슨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 <총알 탄 사나이>의 히로인 프리실라 프레슬리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 부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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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부터 1973년까지 '로큰롤의 황제' 고 엘비스 프레슬리와 부부 사이였던 프리실라 프레슬리는 <총알 탄 사나이>의 히로인이자 LA를 대표하는 재벌이자 영화의 빌런 두르윅의 비서 제인을 연기했다. 재색을 겸비한 유능한 비서 제인은 루드윅의 계획에 방해되는 프랭크를 흔들라는 임무를 받은 일종의 악역이었지만 프랭크와 사랑에 빠지면서 선역으로 전환했다. 제인은 2편 후반 프랭크와 결혼하고 3편 후반엔 아들을 출산했다.
멕시코 출신 배우 고 리카르도 몬탈반은 <총알 탄 사나이>에서 겉으로는 존경 받는 사업가로 행세하지만 뒤로는 마약밀매를 일삼는 영화의 메인빌런 루드윅 역을 맡았다. LA에 방문한 영국 여왕 암살을 사주 받아 착용자를 세뇌시키는 손목시계를 이용해 여왕을 살해하려 했지만 프랭크에 의해 저지 당했다. 프랭크의 마취총에 맞아 야구장 난간에서 떨어진 루드윅은 버스와 로드롤러에 깔리면서 매우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미식 축구선수 출신 배우이자 전처 살인 용의자로 온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 O.J.심슨은 <총알 탄 사나이>에서 프랭크의 절친한 동료 형사 노드버그를 연기했다. <총알 탄 사나이>는 노드버그가 마약 밀매 현장에서 총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고 프랭크가 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1편에서 단역에 가까웠던 O.J.심슨은 2, 3편에서 조연으로 비중이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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