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가짜뉴스 쏟아냈던 北, 여당 참패에 '남남갈등' 몰이
총선을 앞두고 대남 비방과 가짜뉴스를 쏟아내며 선거 개입을 시도한 북한이 지난 10일 치러진 22대 총선 결과를 처음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윤석열 정부 비판에 나섰다. 남북관계를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국가관계로 변경한 데 대한 명분을 쌓는 한편 남남갈등을 자극하려는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16일 6면 보도에서 한국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며 "괴뢰(남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에 대참패를 안긴 기세로 각계층 군중이 윤석열 탄핵을 위한 대중적인 투쟁에 떨쳐나섰다"고 보도했다. 다만 정당별 의석수와 같은 구체적인 선거 결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신문은 촛불행동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발언이라며 "쌓일 대로 쌓인 촛불민중의 분노가 '국민의힘'을 심판했다. 이것은 윤석열 패당에 대한 민심의 엄정한 판결"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선거 결과는 새로운 심판의 시작"이라며 "무지하고 무능하고 악랄한 친미, 친일 세력의 뿌리는 아직도 깊고 넓다"는 내용을 집회 참석자의 발언이라며 부각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압승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이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자 북한은 기세를 몰아 곧바로 반정부여론을 확산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선전선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과의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남남'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힌 뒤에도 여전히 국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황을 이용해 남북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상황을 만들려는 게 북한의 기본적인 목표"라며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이나 민족 부정이 실상은 한국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일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내고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북한이 "총선을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반정부 여론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 매체의 최근 대남 선전·선동 경향을 ▶대통령 모략·폄훼 ▶독재 이미지 조장 ▶반정부 시위 과장보도 ▶전쟁 위기 조장 ▶남한 사회 내 분열 조장 등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북한은 이미 대남비방이나 가짜뉴스 유포를 한국 사회의 혼란을 유발하는 주요한 도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 매체가 나서면 한국 내 간첩들이 북한의 허위 주장을 받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실시간 유포해 기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창원 간첩단'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부에 따르면 북한 대남공작 전문기관인 문화교류국은 유튜브와 기타 SNS를 통한 여론전을 수행하라는 지령을 국내 지하조직에 내렸다. 2019년 6월에 보낸 지령문에는 "보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댓글이나 만평을 게시해 법적 문제를 일으키는 역공작을 펼칠 것"이란 지시가 담겨 있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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