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수사하고 사면했던 서천호, '금배지' 달다
[임병도 기자]
▲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2017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 |
ⓒ KBS 유튜브 갈무리 |
2017년 10월 28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이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서 전 차장은 2013년 윤석열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이 이끄는 검찰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았고, 피의자 신분이었습니다.
서 전 차장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고 수사와 재판에 대비해 허위진술을 짠 핵심 인물로 지목됐습니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는 자리에서 "재직기간 동안 국가에 충성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대한 수사가 왜 시작됐는지를 따라가다보면, 2011년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건이 나옵니다. 당시 한진중공업의 선택에 시민들은 '부산 희망버스'로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 서천호 부산지방경찰청장은 경찰을 동원해 이명박 정부에는 우호적인 댓글을 달고 '부산 희망버스'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2018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서 전 차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구속 수감됐던 서 전 차장은 1심에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23년 5월 서울고법의 2심 재판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감형을 했지만,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 취임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 권우성 |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도 2018년 이명박 정부 경찰 불법 여론조작과 직권 남용 혐의로 지난해 3월 2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이었던 그는 이번 총선에 출마를 할 수 없게 됐지만 오히려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정 전 청장은 형 확정 두 달 뒤에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습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 자신이 검사로서 직접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한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범죄자들에 대해 사면을 남발해 왔다"면서 "대통령의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는 사법권을 무력화시켜 법치주의 정신을 형해화(형식만 있고 의미가 없게 되는 것)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4.10 총선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서천호 전 국정원 차장 |
ⓒ 서천호 페이스북 갈무리 |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또 있습니다. 2023년 5월 23일 형이 확정되면서 서 전 차장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9월에 돌연 경남 사천 지인에게 2억 2천을 빌려 2억 5천만원짜리 주택을 구입합니다. 이후 서 전 차장은 지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마치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입니다.
서천호 전 국정원 차장은 출마를 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2024년 2월 3일 국민의힘에 비공개 공천을 신청합니다. 나흘 뒤인 2월 7일 서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22대 총선 출마가 가능해졌고 2월 28일에는 사천시·남해·하동 지역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이 확정됩니다.
더 이상한 것은 여론조사 대상도 아니었던 서 전 차장을 국민의힘 총선 최종 경선에 포함시킨 점이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 1위였던 최상화 후보는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습니다.
형 확정→상고 포기→ 비공개 공천 신청→특별 사면→공천 확정이라는 수상한 과정을 거쳐 4.10 총선에 출마한 서 전 차장은 사천시·남해·하동에서 55.58%를 득표해 22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서 전 차장은 "나와 같은 혐의로 형이 확정된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해 8월 특별사면되는 걸 보고 나도 사면을 기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댓글조작 사건 관련자였던 김아무개 전 치안감은 "사면된 건 정용선과 서천호다. 자기 식구들만 해주는 것 아니겠나. 같은 사건인데 누구는 해 주고, 누구는 안 해 주는 것이다. 출마한다고 하니까 사면을 해준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용선 전 청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서천호 전 차장은 올해 설 특별사면으로 4.10 총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 전 청장도 충남 당진시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습니다.
국민의 눈에는 이 과정이 수상해 보입니다. 특히 검사 입장이라면 자신이 수사했던 피의자가 금배지를 달면 화가 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수사하고 잡았던 사람들을 본인 스스로 풀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할 것"이란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에 쓴웃음이 난 이유, 이런 상황 때문이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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