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적 없고, 잊을 수 없는 참사... 그러나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권미정 2024. 4. 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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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여전히 진상규명을 바라는 '재난'들

[권미정]

▲ 416 10주년 기억문화제 2024년 4월 13일 서울시청 앞 기억문화제에서.
ⓒ 권미정
 
세월호 참사를 알게 된 지 10년이 됐다. 사고 당일 식당에 들어갔다가 뉴스를 봤다. 그냥 사고라고 여겼다. 해결되고 있는 사건인 줄 알았다. 해결된다는 것은 '모두의 구조'이고 '무사함'이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는 조사와 수사가 시작됨'이다. 난 그것을 상상했다. 그래서 다시 뉴스에서 조사결과 무엇이 문제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우리는 그 이야기들을 '이랬대~ 저랬대' 하며 나누고 욕하기도 하며 보게 될 줄 알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참사는 해결되지 않고, 우리 사회는 세월호 이후 달라지는 중이지만 참사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이태원 참사를 겪고 2023년 오송참사를 또 당했다. 일터에서는 알려지지 않고 얘기되지 못하는 참사가 산업재해라는 다른 이름으로 매일 발생하고 있다.

재난을 만드는 사회

2019년 미세먼지가 모든 이들의 걱정거리가 됐을 당시 여야는 '미세먼지는 재난'이라고 합의했고 국회의원들은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자연 재난이냐 사회 재난이냐는 논란을 거치고,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법이 통과됐다.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무엇이냐를 놓고 자연 재난이냐 사회 재난이냐를 가늠하게 되고, 그것은 곧 재난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지워야하는지도 같이 결정하게 된 셈이다.

홍수, 폭우, 가뭄, 산사태, 지진... 모두 자연 재난으로 규정되지만 홍수가 모두 재난이 되지 않고 지진이 모두 재난이 되지 않는다. 자연현상을 재난으로 만드는 다수는 인간사회의 영역이다. 대비하지 않고 관리하지 않고 자연현상은 사회 재난이 되고 있다.

2023년 오송참사만 해도 그렇다. 오송참사는 폭우라는 원인이 있었지만, 폭우라는 원인이 재난으로 발현한 것은 하천관리, 제방설치관리, 지하차도 관리, 위험대응시스템 등이 제대로 운영되고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참사는 자연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재난의 책임을 폭우에게 물을 수 있는가. 전국적으로 내린 폭우여도 어느 곳에서는 재난이 되고, 어떤 상황에서는 재난이 되지 않는다. 재난 대응을 준비하고 행동하도록 돕는다는 매뉴얼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세하거나 단편적이다. 행동매뉴얼은 책임소재를 가리는 기준은 되지만 실질적인 재난대응의 도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삶의 곳곳에 위험요소는 존재하고 있다. 위험요소가 없는 진공상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는 일터에서도 사회에서도 노동자도 시민도 위험요소가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모두 바란다. 피해자가 시민인지, 노동자인지, 노무제공자인지, 자영업자인지를 구분해 재난을 구별짓고 이유를 찾고 책임을 묻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는 그 누군가가 아프고 병들고 다쳤다는 것. 그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그런데도 산업재해는 사회 재난과 달리 말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오송참사의 희생자 중 버스운전노동자나 출퇴근 중이던 노동자는 산업재해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재난은 중첩되고 나뉜다.

당연히도 '누군가를 벌주기'가 목적은 아니다, 과정일 뿐이다
 
 '4.16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둔 주말인 1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렸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사회자 변영주 영화감독의 선창에 따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소중한
 
재난의 원인을 잘 규명하고 찾아내는 조사는 누구를 벌 줄 것인가가 목적이 아니다. 사건 조사를 통해 찾아진 재난 발생의 이유를 제공한 누군가가 책임지게 되는 것은 여러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그토록 원했던 것도 재난 발생의 이유를 찾고자 했기 때문이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조사를 사회적으로 펼친 것도 재난 발생의 이유를 밝히기 위함이었고.

이태원에서 피해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조사하자는 것도 그 원인을 찾기 위함이었다.

오송 참사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조사도 그런 것이며, 그 조사를 통해서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함이다.

오송 참사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조사결과가 있었지만 사고발생 당일 담당자들의 행위에 초점을 둔 것이라 제대로 된 조사결과라고 볼 수 없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조사가 있었지만 미완이었다. 재해조사의견서를 통해 중대산업재해 발생의 이유를 기재하지만 조사과정과 결과는 대부분 공개되지 않는다.

근본원인을 찾지 못한 조사, 비공개로 묻힌 조사를 통해서는 또 다른 재해 재난을 막을 수 없다.

해결의 출발은 진상규명

10년이 지났다 해도 아직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면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도, 이태원 참사도, 여러 산업재해도, 오송 참사도 아직 진행형이다.

현재 진행형인 재난을 우리는 잊은 적 없고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사건을 과거의 일로 묻어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들, 그들의 삶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참사를 만든 사회 구조적 문제를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도, 오송 참사에도, 일터에서의 재난에도... 그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우리 사회는 해야 한다. 이제 7월 15일이 멀지 않았다. 오송 참사 1주기가 오기 전에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본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르떼숲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10주기 사진전 '기억은 힘이 세지’ 개막식.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민중의소리, 시사IN, 한겨레신문 사진기자들과 시민들이 촬영한 보도사진 168점이 오는 28일까지 전시된다. 사진은 개막식에서 열린 이정훈의 마임퍼포먼스.
ⓒ 권우성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권미정씨는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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