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임병도 2024. 4.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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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민주당 간판' 뗐더니 경쟁력 하락... 새로운미래 김종민만 '어부지리'로 당선

[임병도 기자]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총선을 치른 김영주 후보
ⓒ 김영주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파란색 점퍼에서 빨간색 점퍼 혹은 에머랄드·주황색 점퍼로 갈아입은 정치인들의 22대 국회의원선거 성적표는 어땠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다른 정당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일부 탈당 의원들은 '선출직 평가 하위 20%'를 받거나 컷오프 등 공천 배제를 이유로 당적을 옮겼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김영주, 4년전 얻은 표엔 '민주당 프리미엄' 포함?

영등포갑에 출마한 김영주 후보는 3월 4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정치인은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격했습니다. 며칠 사이로 당 이름과 글씨 색깔이 바뀐 현수막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김영주 후보는 개표 결과, 41.67% 득표율을 기록해 54.33%를 얻은 민주당 채현일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김 후보는 2004년 17대 국회 비례대표 당선 이후 서울 영등포갑에서만 내리 3선을 한 4선 의원이자 국회부의장이었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당산 2동과 신길 3동에서만 400표 미만으로 패배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모두 채현일 후보보다 1000표 이상 뒤졌습니다.

4년 전으로 돌아가 봅시다. 21대 총선에서 김 후보의 득표수는 7만 2445표였고, 문병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는 4만 9292표를 얻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채현일 후보가 7만 3163표를, 김 후보가 5만 5913표를 득표했습니다. 단순 득표수만 비교해 보면 과거 김 후보가 얻은 표에는 '민주당 프리미엄'이 포함됐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김 후보는 패배가 확정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잘못된 공천을 알리고자 국민의힘으로 출마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제가 어려울 때 저를 영입해 손을 잡아준 국민의힘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국민의힘] 이상민, 지난 총선과 엇갈린 득표율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에 입당에 대전유성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 이상민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이상민 후보는 지난해 12월에 민주당을 탈당했습니다. 그를 따라 민주당 대전시당 당원 일부와 민주당 소속 구의원 2명도 탈당했습니다. 이 후보는 김영주 후보에 비해 국민의힘 입당에 훨씬 적극적이었습니다.  

이 후보는 2023년 12월 6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 출연해 '국민의힘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없었냐'라는 질문을 받자 "전화가 없다. 김기현 대표는 언론에만 얘기하지 말고 전화라도 한통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뭐하는 겁니까? 인재가 여기 이렇게 있는데"라고도 했습니다. 이 후보의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그는 탈당 1개월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났고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이 후보는 대전 유성에서 내리 5선을 했습니다. 그는 17·18대를 제외하면 19·20·21대 총선에서는 5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한 그를 향한 유성구의 표심은 냉정했습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21대 총선에선 55.85%를 득표했지만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선 22대 총선에서는 37.19%를 득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의 득표율은 21대 총선에서 김소연 미래통합당 후보가 얻은 37%와 비슷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상민 후보가 민주당에 남았다면 상임고문으로 추대받아 정치여정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는데, '금배지'를 한 번 더 달려는 욕심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새로운미래·개혁신당] 처참한 성적표
 
 민주당에서 탈당한 (좌)이낙연, 김종민, 홍영표, 조응천 후보
ⓒ 각 후보 SNS 갈무리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들 중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새로운 미래'에 합류한 후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성적표는 처참했습니다.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만 1만7237표로 겨우 13.84%를 득표했을 뿐 부천을 설훈(9087표, 6.15%), 부평을 홍영표(1만1399표, 8.25%), 대전대덕 박영순 (5824표, 6.01%) 후보는 모두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미래 후보 중 유일하게 세종갑에 출마한 김종민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영선 민주당 후보가 갭투기 의혹으로 공천이 취소돼 어부지리로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개혁신당으로 당을 옮긴 이들의 성적표도 새로운미래와 비슷했습니다. 이원욱 후보는 경기 화성정에 출마했지만 1만 344표(9.22%)에 그쳤고, 남양주갑 조응천 후보도 1만 5003표(13.18%)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민주당 탈당파들의 22대 총선 결과를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민주당이라는 당적이 선거 당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결과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그에 따른 '정권심판론'의 대두라는 배경 속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한 측면도 있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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