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선언 20년' 삼성 "AI 시대, 디자인 핵심은 본질·혁신·조화"
노태문 "AI 대전환기 맞아 디자인 더 진화"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전 세계의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 리더들이 모이는 장으로 삼성의 디자인 철학과 2030 방향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사업(MX) 사장 겸 디자인경영센터장(사진)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새롭게 정립한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을 공개했다. 지난해 공개한 삼성전자의 DI(디자인 아이덴티티) 5.0으로, 2030년까지 추구할 디자인 지향점이다. 밀라노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난 2005년 주요 사장단을 모아 놓고 "제2의 디자인 혁명이 필요하다"며 '디자인선언'을 한 곳으로 의미가 더 깊다.
삼성전자는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 '공존의 미래(Newfound Equilibrium)'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삼성의 디자인 지향점을 몰입형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다.
노 사장은 "삼성은 1996년에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정립했다"며 "짧은 문구이지만 삼성의 모든 제품과 경험은 고객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저희의 믿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본질(Essential), 혁신(Innovative), 조화(Harmonious)'라는 3가지 디자인 지향점을 주제로, 감성적인 오브제와 영상들로 전시를 구성했다. 제품 본연의 기능과 쓰임에 집중하는 '본질을 추구하는 디자인', 고객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는 '혁신적인 디자인', 제품, 서비스, 나아가 사회적인 조화까지 포용하는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노 사장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기술 혁신과 동반됐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혁신 경험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본질을 추구하고 혁신적이고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디자인 방향성을 새로이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총 5개 공간에서 디스플레이, 센서, 빛을 활용해 관람객과 소통하도록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근본적인 가치를 암시하는 '본질' ▲새롭게 다가올 미래와의 교감을 형상화하는 '혁신' ▲가상과 현실 세계의 결합을 느끼게끔 하는 '조화'▲삼성전자가 꿈꾸는 미래를 제시하는 '무한한 가능성'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삼성 제품을 보여주는 '또 다른 미래' 관을 차례로 체험할 수 있다.
홍유경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UX팀장(부사장)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본연의 기능과 쓰임에 집중하자는 '본질'의 가치가 갤럭시S24, 삼성 TV에 담겨있다"며 "또 '혁신'을 통해 갤럭시S24의 AI 통역 기능, 로봇청소기의 3D(3차원) AI에 기반한 공간인식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구체화할 밀라노 디자인 연구소도 주목받는다. 2005년 설립된 이곳은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며 연구 결과가 기술을 통해 실제 구현될 수 있는 활동도 진행한다. 그 중 'CMF(Color, Material, Finishing)'로 압축되는 소재 디자인은 최적화된 컬러, 소재와 디테일로 구현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번에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소재 브랜드인 무티나(MUTINA), 알피(ALPI)의 장인들과 협업해 세라믹과 목재를 비스포크 냉장고와 에어드레서 패널에 각각 적용했다.
노 사장은 "디자인을 통해 전 세계의 수많은 고객들이 삼성 제품에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누리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새롭게 디자인 철학을 제시한 밀라노는 2005년 이건희 선대 회장의 '디자인 선언'이 있던 곳이다. 당시 이 선대 회장은 밀라노 디자인위크를 찾아 "애니콜은 일류지만, 삼성의 (평균적인) 디자인 경쟁력은 1.5류(流)"라고 밝히며 삼성의 디자인 실력이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 선대 회장은 다음날 밀라노 현지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디자인 전략 회의를 열고 "삼성의 차세대 핵심 전략은 바로 디자인"이라고 선언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 계열사의 디자인 역량을 세계적인 명품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라노=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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