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금 쏟은 '벨트검사'…퇴직자 40%는 10대 로펌 갔다 [벨트검사의 두 얼굴②]
매년 연말 각 수사 분야별 내로라하는 실적을 쌓은 검사들은 한층 분주해진다. 성범죄·금융·조세 등 47개 분야에서 검찰을 대표할 만한 ‘전문검사(벨트 검사)’를 선발하는 대검찰청 공인전문검사 인증 심사위원회에 지원서를 내기 위해서다.
인증 심사엔 수사 성과는 물론 근무 경력, 관련 학위와 논문 등을 집대성한 자료를 제출해도 지원자 4명 중 3명은 탈락한다. 수차례 고배를 마신 ‘N수생’을 포함해 매년 100명 안팎의 검사들이 “대기업 회장을 구속시켰다” “언론이 대서특필했다”며 빼곡한 공적 조서를 제출하지만 최종 인증을 받는 건 20여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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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마다 ‘벨트 경쟁’…성공 안착한 벨트제도
벨트 검사(공인전문검사) 제도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3년 검사들의 수사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검찰 전문화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도입 초기만 해도 뜨뜻미지근했던 반응은 10년간 누적 289명의 벨트 검사들이 검찰 안팎에서 활약하면서 검찰 내에선 ‘벨트 열풍’이라 표현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제도로 안착했다. 벨트를 취득하기 위해 전문성을 쌓고, 취득 후엔 명실공히 전문검사로 관련 분야 사건을 중점 수사하며 전문성이 한층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1(블랙)·2급(블루) 벨트를 따면 해당 분야 사건을 주로 맡는 중점검찰청이나 부서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마약 분야 벨트 검사는 강력범죄수사부에, 성범죄 분야 벨트 검사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치돼 전문성에 더해 수사 노하우를 쌓을 기회를 얻는 식이다.
2021년 블루벨트를 취득한 현직 검사는 “증권·금융 분야 벨트가 있으면 현직일 땐 금융범죄중점청으로 떠오른 서울남부지검에 배치될 가능성이 올라가고, 그 덕분에 사건 수사의 경험치가 쌓이는 경우가 많다”며 “검찰 인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벨트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검 예규상 벨트 검사는 2년 이상 재직했다면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론 10년 정도의 전문 경력과 실적을 쌓아야 합격권에 든다. 이렇게 블루벨트(2급)를 따면 자타공인 수사의 대가(大家)라는 블랙벨트(1급)에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 블랙벨트를 취득한 검사는 지난 10년간 8명뿐이다.
최고 인기 분야는 성범죄·금융…“사건 수임 유리”
물론 “법무법제·공판·기획 등 사건 수임과 무관한 분야에서 검사로서 전문성을 쌓은 경우도 많다(수도권 검사장)”고 한다. 퇴임 이후 변호사 개업(밥그릇)만 생각하지 않고 검찰 조직의 역량과 경쟁력을 끌어올린 순기능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과거 비교적 등한시되던 형사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성이 축적됐다는 면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벨트 제도는 숱한 민생 사건을 처리하는데도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형사부 검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신흥 전관’ 된 벨트…퇴직 벨트 40%가 10대 로펌행
문제는 벨트가 검사 퇴직 후 일종의 자격증으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주요 로펌들이 시장에서 벨트 검사의 효용성에 주목해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다. 중앙일보 전수조사 결과, 변호사로 활동 중인 전직 벨트 검사 78명 가운데 31명(40%)이 김앤장 등 10대 로펌에 취업했다. 블랙벨트의 경우 현직 검사 2명을 제외하면 퇴직한 6명 전원이 로펌 소속이었다. “개업 변호사 3만명 시대에 ‘몸값 보증수표’로서 효과가 있다(차장급 검사)”는 점이 톡톡히 입증된 것이다.
이 중 성범죄·마약·금융 등 특정 분야는 시장에서 ‘신흥 전관’급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관련 검사·변호사들의 중론이다. 각 로펌은 ‘OO 분야 유일한 블랙벨트’ ‘대검찰청이 인증한 전문성’ 등 벨트 자체를 수임에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후배 벨트 검사가 한 사건에서 검사 대 변호사로 마주치는 경우도 있다. 대마 흡연·수수·매매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고려제강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사건에서 기소 검사는 2021년, 변호에 나선 대형 로펌 변호사는 2015년 각각 마약 블루벨트를 땄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전문검사가 양성될수록 전문변호사도 같이 느는 격”이라며 “앞으로 이런 창과 방패의 싸움이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벨트검사의 두 얼굴
「
①[단독] 마약 잡던 검사, 학생에 마약 판 놈 변호…벨트검사의 배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825
②[단독] 세금 쏟은 '벨트검사'…퇴직자 40%는 10대 로펌 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2813
③[단독] 기업 수사한 '벨트검사'가 분식회계 변호…"일정기간 막아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3093
」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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