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장 완벽한 탄소저장고, 나무

2024. 4. 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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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집 근처 대모산을 찾아 벚꽃의 끝물을 봤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아름답게 날리는 벚꽃 비를 보러온 시민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중 정다워 보이는 젊은 가족이 내게 사진 한 장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무와 꽃, 숲과 정원이 주는 효과는 많지만, 그중 지구를 위한 최고의 역할은 가장 완벽한 '탄소저장고'란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벚나무 한 그루는 연간 9.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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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


주말, 집 근처 대모산을 찾아 벚꽃의 끝물을 봤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아름답게 날리는 벚꽃 비를 보러온 시민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중 정다워 보이는 젊은 가족이 내게 사진 한 장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휴대폰을 받아드는데 아이가 “벚꽃 다 떨어져서 나무 불쌍해”라고 하자 엄마는 “벚나무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라 답하는 걸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맞다. 봄의 전령사인 벚나무의 훌륭한 본업은 바로 ‘탄소흡수’다. 나무와 꽃, 숲과 정원이 주는 효과는 많지만, 그중 지구를 위한 최고의 역할은 가장 완벽한 ‘탄소저장고’란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벚나무 한 그루는 연간 9.5㎏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만약 250그루라면 자동차 한 대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인 2.4t을 흡수하는 것이다. 산림은 기본적으로 잎, 가지, 뿌리 등이 모두 다 탄소로, 모든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벚꽃 개화 시기는 점점 예측이 어렵고 전에 없던 폭염이 지속하거나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다고 직접 느낄 때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곤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산불을 줄이고 나무를 지키는 일이다.

특히 요즘 같은 건조한 날씨일수록 산불이 발생하기 쉽다. 실제로 산불의 80% 이상이 건조기인 1월에서 5월에 발생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발생은 과거보다 부쩍 급증했으며 산불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 크기의 소나무 숲이 산불로 탔을 때 약 5만4071㎏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약 7242대의 자동차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1㏊의 중부지방 소나무 숲이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이 1만2400㎏이라는 산림청 탄소등록부 자료와 함께 생각해보면 산불이 얼마나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는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난해 4월 발생했던 서울 종로구 인왕산 산불은 축구장 21개 면적인 15㏊를 태웠고 6월 서울 관악구 관악산 산불은 0.02㏊를 소실시켰다. 나무가 한번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려면 긴 세월이 필요한데, 이를 단번에 태워버리는 산불 대부분은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 서울시는 산불 가해자를 찾기 위해 무인항공 감시 드론 등 첨단 장비를 지속해서 확충해 상시 감시하고 있다. 산불 방화는 최대 15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사진을 찍어주고 휴대폰을 건네주자 사진이 잘 나왔다며 가족이 활짝 웃었다. 사진의 화질보다도 아름다운 자연과 꽃나무, 정원에서 행복을 찍었기 때문이리라. 숲을 지키는 건 사람의 행복을 키우는 일이다. 부디 이 아낌없이 풍요로운 자연의 혜택이 지속되길 바란다.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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