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치의 사법화’ 더 격화될까 두렵다

2024. 4. 1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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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 달 전 '비명횡사' 공천 파동으로 죽어가던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살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다.

지난 3월 3일 "3년은 너무 길다"며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날에도 또 그 이틀 후에도 법정에 불려갔다.

그런데 조국 대표는 선거 다음 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마지막 경고"부터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너무 선명한 반윤 성향이며 야당으로서 외부 총질은 더 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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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 한 달 전 ‘비명횡사’ 공천 파동으로 죽어가던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살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대통령이다. 지난 3월 3일 “3년은 너무 길다”며 창당한 조국혁신당이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였다. 10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 대사로 나갔고, 14일에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막말을 해서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모두 윤 대통령과 관련된다. 총선 판세가 뒤집어지는 데 열흘이면 충분했다.

이제는 협치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22대 국회는 ‘정치의 사법화’ 격랑에 출렁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특검의 겹파고에 협치는 길을 잃을 공산이 매우 높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및 양평 부동산까지 묶어서 특검을 추진할 것이다.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은 국민의힘 당선인 사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당선인도 민주당과 김건희 특검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채 상병 특검’이나 ‘이종섭 특검’도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킬 것인데 이태원 특검이나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도 여전히 대기 중이다.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 등을 규명하는 특검법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총선의 밑바닥에는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 외에 대통령 옆에서 권력을 주무르는 듯 보이는 김 여사에 대한 비토 정서가 있었다. 22대 국회 특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다면 더 큰 국민의 반발이 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 과거와 같이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1대 국회와 달리 재의결 가능성도 높다. 회기 초부터 거리에 촛불이 켜질 수도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야당도 비켜가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날에도 또 그 이틀 후에도 법정에 불려갔다. 재판 건수가 한두 건도 아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지연 전략을 썼지만 이제 곧 결과가 하나씩 나올 것이다. 만약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의원직도 사라진다. 다음 대선인 2027년 전에 위증교사나 대장동 사건 등으로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도 마찬가지다.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진다.

조국 대표도 마찬가지다. 조 대표는 입시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머지않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조 대표는 의원직을 빼앗기고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된다. 사면복권 가능성도 없어서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대법원 판결 이후 조국혁신당은 ‘조국 없는 조국당’의 운명인데 친명 일색의 민주당도 ‘이재명 없는 민주당’이 되기를 막겠다고 독주하고 불체포특권이나 또 다른 꼼수를 다시 쓰다가는 역풍을 맞게 될 지 모른다.

총선 다음 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 전반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도 “정치라는 게 대화하고 타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조국 대표는 선거 다음 날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마지막 경고”부터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너무 선명한 반윤 성향이며 야당으로서 외부 총질은 더 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년 동안 대통령의 독주가 총선에서 심판받았는데 야당의 독주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야당들에게도 3년이 너무 길 수 있다는 말이다. 앞으로 2년은 선거가 없는 천금 같은 시간인데 국정 쇄신과 민생 회복은 뒤로 밀리고 극한의 정쟁으로 날이 샐까 걱정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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