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하니 스톱!”…작업중지권, 안전문화로 자리잡았다

백민정 2024. 4.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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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지에 정차한 레미콘 뒷바퀴 고임목이 불안정하게 지지되자(왼쪽) 작업중지권을 행사해(오른쪽) 고임목이 정상 교체됐다(가운데). [사진 삼성물산]

“여기 레미콘 고임목 설치 불량입니다. 위험하니 잠시 공사 멈출게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대교 인근 양화 인공폭포·안양천 복구현장. 이곳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소속의 협력업체 직원 김모씨가 경사지에 정차한 레미콘 뒷바퀴 고임목이 부실한 걸 발견하고 ‘작업중지권’을 외쳤다. 고임목 교체는 수 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공사는 이내 재개됐다. 김씨는 “도심지 내 공사현장이어서 작은 부주의 하나가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작업중지권을 수시로 사용해 안전을 최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021년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 보장한 후 현장 곳곳에 근로자가 스스로 지키는 안전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년간 현장 근로자가 30만 건 넘는 작업중지권을 사용했다. 삼성물산은 21년 3월 이후 국내외 113개 건설 현장에서 총 30만1355건을 사용했다고 15일 밝혔다. 하루 평균 270건, 5분마다 한 번씩 근로자가 작업중지를 행사한 셈이다.

작업중지권은 급박하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권리다. 3년간 가장 많은 작업중지권을 사용한 현장 근로자 강병욱(63)씨는 “보통 기한 내 공사를 마무리해야 해 건설 현장은 근로자 안전이 뒷전일 때가 많은데 삼성물산은 적극 권장한다”며 “처음엔 불이익을 걱정했는데 작업 환경이 안전해지는 변화를 보곤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근로자 작업중지권이 사고 예방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신하고 꾸준히 독려해왔다. 작업중지권을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전문 애플리케이션(S-TBM앱)을 개발하고, 우수 근로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물론 작업중지권 행사로 발생하는 공기 지연, 인력 추가 투입 등 협력업체 비용 증가에 대해서도 보상했다.

공민석 삼성물산 월드컵대교 현장소장은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면 잠시 1~2시간 작업을 정비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된다. 그냥 넘어가서 대형 사고가 나면 공사가 한 달간 멈춰설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근로자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를 크게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회사의 휴업재해율(근로자가 1일 이상 휴업하는 재해 발생 비율)은 2021년부터 매년 15% 가까이 감소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안병철 부사장은 “작업중지권 확대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건설업계 안전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며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을 중지할 권리가 있다는 근로자 교육과 정보 제공을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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