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에 64억 달러 반도체보조금…"투자대비 최고액 파격 지원"

강태화 2024. 4. 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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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1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64억 달러(8조 8627억원)에 달하는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미국의 반도체 회사 인텔은 85억 달러(11조 7691억원)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의 TSMC는 66억 달러(9조 1383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결정됐다. 삼성전자가 받는 보조금 규모는 이들 회사에 못 미치지만, 투자액에 대비한 보조금 비율은 이들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 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있는 삼성 반도체 칩 공장 앞에 태극기와 함께 삼성전자, 텍사스, 미국의 국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 장관은 전날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할 텍사스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 개발을 위해 최대 64억 달러의 직접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핵심 연구 개발, 미래 지원, 대규모 제조 및 첨단 패키징을 모두 텍사스에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투자액 대비 최대 지원금

삼성전자의 보조금은 먼저 발표된 인텔과 TSMC에 비해 적다. 그러나 상무부가 당초 내세웠던 “투자액에 비례한 보조금” 원칙에 예외를 둔 큰 규모의 지원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 TSMC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텔은 1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85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650억 달러를 투자하는 TSMC의 보조금은 66억 달러다.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각각 8.5%와 10.2%다. 반면 450억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의 보조금 64억 달러의 비율은 14.2%다. 다만 인텔과 TSMC가 보조금 외에 미국 정부로부터 저금리 대출을 동시에 신청한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별도로 대출 지원은 요청하지 않았다.

정부 소식통은 “갚아야 하는 대출과 달리 보조금은 사실상의 직접 지원의 성격”이라며 “상무부가 처음부터 ‘투자액에 비례한 보조금 지급’ 원칙을 내세웠지만 삼성전자와의 장기 협상을 통해 대규모 지원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었는데, 협상 과정에서 투자 규모를 확대해 전체 투자 규모를 약 45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TSMC 역시 보조금 결정 전 400억 달러였던 투자액을 650억 달러로 상향했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 등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기업인 인텔에는 보조금 대신 대출 비율을 늘리는 방향의 협상을 진행했다고 한다. 인텔은 85억 달러의 보조금 외에 110억 달러의 저리 대출을 받는다.

김영옥 기자

러몬도 장관은 이날 “2년 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국 삼성전자 반도체 시설을 둘러봤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시설을 둘러본 뒤 ‘미국과 한국에 꼭 필요한 시설이자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협력과 혁신의 미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5월 첫 방한 때 첫 일정으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을 정도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에 관심을 가져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던 중 양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후 첫 방한의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는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뉴스1


이와 관련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과 리더십, 끈기로 이뤄낸 성과”라며 “(삼성의 투자로)10년 안에 전 세계 첨단 칩의 2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규모 발표 직후 텍사스 공장 부지를 이례적으로 직접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도 “삼성전자의 투자는 국가안보를 위해 국방부 등을 위해 직접 칩을 제조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약속과 함께 이뤄졌다”며 “동시에 첨단 칩 제조가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은 수십 년 쇠락해왔던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가장 진보된 메모리와 고급 로직을 구현하는 유일한 플레이어”라며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칩 제조는 물로 첨단 패키징 등 전체 반도체 공급망에 씨를 뿌리는 의미이자, 미국이 삼성의 최첨단 기술 혜택을 계속 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유치 등을 위한 보조금 390억 달러 중 280억 달러를 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에 몰아줬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전 세계 기업에서 70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요청이 쇄도해 어려운 협상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5조 3564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미국에 세우기로 한 반도체 공장으로, 향후 SK하이닉스에 지급될 보조금 규모에도 관심을 쏠리고 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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