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1순위는 요르단?…불똥 튈라 걱정하는 아랍국가들

박소영 2024. 4. 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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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조치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아랍 국가들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은 확전을 막기 위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지 고심하고 있다.

요르단 사람들이 14일 새벽 요르단군이 암만 상공에서 요격한 이란 미사일 잔해의 모습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오만·이집트·요르단 등 수많은 아랍 국가들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 이후 확전을 막기 위해 중재 노력을 기울였지만,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지역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책임자인 주스트 힐터만은 "현재로서는 미국과 이란이 분쟁의 확대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유일한 대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아랍국가들은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참여와 안보 보장을 요구할지, 아니면 이란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는게 나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그중 이스라엘 인접 국가인 요르단이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의 중동 내 주요 동맹국인 요르단은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때 자국을 거쳐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사일·드론 일부를 격추했다. 요르단 정부는 성명에서 "우리 국민과 주거·인구 밀집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영공을 개방하는 국가는 모두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을 돕는 주변 국가도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요르단을 정치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실제로 요르단 내에서 반발이 있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이 이스라엘 군복을 입고 있는 합성 사진 등 조롱의 글이 올라왔다. 요르단은 이집트와 함께 아랍권에서 드물게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었지만, 팔레스타인계 국민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최근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이스라엘에 호의를 보이자 일각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WP는 "요르단 정부는 이란 미사일·드론 격추로 대중의 더 큰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란 이스라엘 무력 충돌 상황 그래픽 이미지.

요르단의 사례를 통해 아랍 국가들은 우선 긴장 고조가 더 커지지 않도록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많은 아랍 국가들이 지난해 11월 회의를 열어 확전 방지를 위해 자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카타르·오만 등은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란과 미국 간의 외교적 노력을 이끌었다"면서 "아랍권에서 외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동참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이후 양국의 중재자 역할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중동연구소의 란다 슬림 선임연구원은 "이제 규칙과 레드라인(한계선)이 바뀌었다"면서 "앞으로 어떤 아랍 국가가 소통을 잘하는 중개자이자 협상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각국 항공사들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기의 운항을 취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전했다. 지난 13일 밤 이후 이틀간 콴타스항공, 루프트한자, 에어인디아, 유나이티드 항공 등 최소 12개 항공사가 운항을 취소하거나 노선을 변경했다. 유럽~아시아 항공편은 대개 이란의 영공을 지난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공격 이후 항공기 운항에 있어 단일 사건으로선 가장 큰 혼란이었다고 항공자문그룹 옵스그룹(OPSGROUP)이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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