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밍고·카레라스 화해’ ‘코카콜라 회장 유언’→‘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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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쇼츠에 한 가톨릭 신부의 영상이 떴다.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의 화해를 다룬 내용이었다.
카레라스가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호세 카레라스 재단'은 2007년 "우리 재단은 '헤르모사 재단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호세 카레라스에게 기금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부인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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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확인 필요, 성경 안에 있는 쉬운 구절 활용도 대안
최근 유튜브 쇼츠에 한 가톨릭 신부의 영상이 떴다.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의 화해를 다룬 내용이었다.
원수지간이던 둘은 절대 한 무대에 서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카레라스가 백혈병에 걸렸고 치료를 받느라 전 재산을 탕진했는데 ‘헤르모사재단’의 거액 후원으로 완치해 다시 무대에 서게 됐다는 것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카레라스가 이 재단에 기부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설립자가 도밍고라는 걸 발견했다. 알고 보니 도밍고가 카레라스를 후원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었다. 얼마 후 카레라스는 도밍고 공연장을 찾아 무대에 올랐고 무릎을 꿇고 화해를 구했다는 이야기였다.
콧등이 시릴 정도의 미담이었지만 가짜였다. 10분 남짓 검색해보니 두 테너는 원수도 아니었을뿐더러 헤르모사재단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카레라스가 백혈병 환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호세 카레라스 재단’은 2007년 “우리 재단은 ‘헤르모사 재단과 플라시도 도밍고가 호세 카레라스에게 기금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부인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재단은 또 “이 같은 불확실한 정보를 유포할 경우 법적 조치한다”고도 경고했다. 이미 17년 전 가짜라고 밝혀진 이 예화는 적지 않은 목회자를 통해 강단에서 선포됐다.
이뿐 아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걸을 수 있다면 더 큰 복은 바라지 않겠습니다”로 시작하는 2개의 ‘언더우드의 기도문’도 모두 사실이 아니다.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는 수년 전 “앞선 기도는 소설가 정연희의 소설 ‘양화진’에 나오는 작문이며 두 번째도 저자가 다른 한 시인의 시가 언더우드의 기도로 둔갑했다”고 지적한바 있다.
‘코카콜라 회장의 유언’이라는 제목의 예화도 왜곡됐다. 이야기는 감리교 목사였던 제임스 레이니 주한 미국대사가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 미국 에모리대 교수가 됐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도보로 출퇴근하던 레이니 목사는 어느 날 한 집 앞에 쓸쓸히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나 2년 동안 교제했는데 노인이 죽은 뒤 그가 코카콜라 회장이었고 친절했던 레이니 목사에게 상당한 주식을 유산으로 남겼다는 것이었다. 레이니 목사는 유산을 에모리대에 기부했고 그 대학 총장이 됐다는 게 결말이다. 하지만 이 예화는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심지어 레이니 목사가 코카콜라 주식을 받은 일조차 없었다.
‘가짜 예화’가 범람하는 이유는 뭘까. 김명실 영남신학대 교수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성경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화를 인용하는데 언젠가부터 예화가 성경을 압도하는 걸 보게 된다”면서 “해외 사례이거나 오래된 이야기, 혹은 너무 감동적인 예화는 이중·삼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반 예화 대신 시편과 서신서, 복음서의 내용을 활용한 성경 중심 예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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