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대전 팬들에게 질타받은 대전 선수단, 박수받은 김은중

김희준 기자 2024. 4. 15. 07:00
음성재생 설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전 서포터즈와 선수단.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대전하나시티즌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 선수단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대전이 상황을 타개하는 해답은 대전 팬들에게 박수받은 김은중 감독에게 찾을 수도 있다.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를 치른 대전이 수원FC에 0-1로 패했다. 대전은 승점 획득에 실패했고, 뒤이어 치러진 경기에서 대구FC가 인천유나이티드와 비기며 리그 최하위(승점 5)로 떨어졌다.


대전에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대전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수원FC를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끝내 득점하지 못했다. 후반 31분 임유석이 올린 크로스를 레안드로가 반대편에서 가세해 잡아냈으나 안준수와 엉키며 제대로 된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후반 36분에는 김인균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음라파가 머리로 돌려놨으나 이것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운만으로 설명하기엔 대전 선수들의 공격 전개 작업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특히 전반에 대전 선수들은 지나치게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만들려는 탓인지 슈팅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소유에 집착하다가 상대에게 공을 헌납했다. 후반에 대전 선수들이 보다 많은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대전의 날카로움보다는 수원FC의 경기 운영 의도 때문이었다.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서형권 기자

이민성 감독이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이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경기력에 대한 문제를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무조건 이겨서 승점을 쌓아야 하지만 공격적인 작업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기에 그 부분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며 "공격수들에게는 찬스가 나면 무조건 슈팅하라고 강조했다. 슈팅해야 어떻게든 득점을 하는데 그걸 하지 않고 소유만 하려 했기 때문에 그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도 변한 건 없었다.


아쉬운 경기력과 결과가 반복되자 팬들도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내놨다. 경기 후 대전 서포터즈는 선수단을 향해 질타를 쏟아냈다. 선수들이 다가오자 이게 몇 번째 패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선수들과 이 감독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서포터즈 대표는 확성기를 잡고 약 2분 동안 대전에 아쉬운 점들을 전했다.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듯 곳곳에서 선수들과 이 감독에게 고성을 내뱉는 팬들도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다음 경기 승리를 염원하며 박수를 보냈고, 선수들은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뒤 경기장을 벗어났다.


김은중 수원FC 감독. 김희준 기자

반면 대전 팬들의 박수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바로 김은중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데뷔와 은퇴를 모두 대전에서 했다. 명실상부한 대전의 전설이며, 수원FC 부임 전까지는 대전 사령탑이 공석이 될 때마다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이날 김 감독은 경기 후 수원FC 팬들에게 인사한 후 원정석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대전 팬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자 똑같이 박수로 화답하고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김 감독이 대전 팬들에게 언제나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한때는 역적으로까지 몰렸다. 선수 시절 김은중은 프로로 데뷔했던 대전을 떠나 J리그 베갈타센다이로 향했다가 대전이 아닌 FC서울로 복귀했다. 김은중이 돌아온다는 말을 믿었던 대전 팬들은 그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고 형언할 수 없는 수준의 비난을 퍼부었다.


대전 팬들의 마음을 돌린 건 진실성 있는 태도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실력이었다. 김은중은 2014년 대전으로 복귀해 한 시즌 동안 활약하며 팀이 K리그 챌린지(현 K리그2)에서 우승해 K리그 클래식(현 K리그1)으로 승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은중은 이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대전 팬들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 김은중을 배웅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점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밸런스가 무너지면 앞으로 남은 경기들도 쉽지 않을 거다. 계속 나오는 문제들에 대해 선수들도 생각을 한 번 정리해야 한다"며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한 경기를 위해 먼 길까지 와준 팬들에게 선수들이 자세나 태도에 대해 질타를 받을 만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먼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고 선수들도 축구를 사랑하는, 경기를 보는 팬들을 생각해서 절실한 자세로 뛰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시즌 대전은 수비가 아쉽더라도 화끈한 공격을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러한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감독의 말대로 대전 선수들이 팬들에게 다시 박수받기 위해서는 공격 전개 작업 보완은 물론 공격에 대한 전반적인 체질 개선, 경기에 임하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