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헬기의 굴욕..."우크라전보니 무인 드론이 낫더라" [밀리터리 브리핑]

최현호 2024. 4.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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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비오 일본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일본이 미국ㆍ영국ㆍ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에서 첨단기술 분야를 다루는 필러 2에 가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두 나라 정상의 공동 성명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대신, 두 나라는 미사일 등의 공동 개발과 생산, 미군 장비 공동 정비 등을 우선 진행하기로 하면서 양국 군사 협력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①일본, 오커스 필러 2 합류 논의 중
기시다 총리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방위 협력 증진을 논의했다. 미국, 영국 그리고 호주가 결성한 오커스에서 추진하는 두 개의 필러(축) 가운데 하나에 일본이 참여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오커스의 두 필러 중 필러 1은 호주가 미국에서 버지니아급 핵 추진 공격 잠수함을 들여오고, 미국ㆍ영국과 공동으로 신형 핵 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필러 2는 인공 지능ㆍ양자 컴퓨팅ㆍ초음속ㆍ자율성 등 첨단 군사 역량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일본이 당장 필러 2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다. 4월 10일 양국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역내 위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상호 운용성을 향상하고, 미국ㆍ일본ㆍ영국 간 정례 군사훈련, 미ㆍ일ㆍ호주 미사일 방어 협력 등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 등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이 오커스와 직접 협력하는 게 결정된 것은 현재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각자의 산업 기반을 활용해 중요한 군사 역량에 대한 수요를 맞추고 장기적으로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이 공동으로 주도하는 ‘방위산업 협력ㆍ획득ㆍ지원에 관한 포럼’(DICAS)을 소집해 미사일 공동개발과 공동 생산, 전진 배치된 미국 해군 함정과 공군기의 공동 보수 등을 포함한 양국 간 최우선 협력 분야를 특정하기로 했다.

일본의 필러 2 가입은 영국과 호주에서도 호의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일본의 가입 이전에 오커스 참가 3개국 사이의 방위산업 협력을 심화하려면 필수적인 정보와 기술 공유를 저해하는 수출 통제 체계(ITAR) 개편이 먼저 합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 의회 일부 의원들은 ITAR 때문에 호주에 첨단 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려는 계획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주가 ITAR을 대체할 새로운 수출통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영국ㆍ호주에 대한 특정 수출 규제 요건에서 캐나다 수준의 면제를 제공한다는 법안이 담긴 2024 회계연도 국방정책 법안이 통과됐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ITAR을 면제받는 곳은 캐나다가 유일하다. 하지만, 일부 호주 방산업체들은 규제 강화가 오커스 국가가 아닌 곳들과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②미 해군 주요 함선 프로그램 늦춰져
미 해군이 이례적으로 주요 함선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지 공개했다. 미 해군은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장관의 1월 지시로 45일간 해군 함정 건조 프로그램 검토를 마친 뒤 9개 프로그램에서 최대 3년까지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공개는 미 의회와 국방부 당국자들이 태평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국과의 충돌을 대비해 미 해군이 현대화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시점에 나왔다.

최대 36개월 지연이 알려진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컴퓨터 그래픽. 미 해군


보고서에 공개된 주요 4대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제너럴 다이나믹스 일렉트릭 보트와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가 공동으로 건조하고 있는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잠수함은 12~16개월 지연 예상, ▶두 회사가 건조하고 있는 버지니아급 잠수함 4번과 5번 블록은 각각 36개월과 24개월 지연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의 첫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은 36개월 지연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의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CVN-80)는 18~26개월 지연 등이다. 이외 프로그램의 지연을 포함한 누적 지연 일정은 11년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4개 외 오스탈 USA가 건조하고 있는 T-AGOS 해양감시선,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가 건조하고 있는 상륙함, 제너럴 다이나믹스 산하 조선들에서 건조하고 있는 함대 유조선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도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되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연 사유도 공개됐다. 공통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자재 부족과 선박 건조에 필요한 인력 부족이 언급됐다. 특히, 인력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델 토로 장관은 조선소와 협력해 근로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인력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 외 개별 프로그램별 문제도 알려졌는데, 컬럼비아급 잠수함의 경우 노스롭그루만이 제작하여 납품하는 발전기가 늦게 인도되는 것이 주요 지연 원인의 하나였다. 델 토로 장관은 이번 검토 이후 확인된 문제를 개선하려는 다른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③호주 싱크탱크, 아파치 공격헬기 도입 재검토 촉구
호주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싼 무인 시스템이 유인 공격헬기의 능력을 능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주 육군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도입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된 러시아군 Ka-52 공격헬기. mil.in.ua


연구소의 전 선임 분석관 마커스 헬라이어는 전쟁이 벌어지기 3년 전인 2019년에도 호주 국방부가 타이거 공격헬기를 다른 유인 시스템으로 서둘러 대체해서는 안 되며, 대신 저렴하고 매력적인 무인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공격 헬기들이 하늘에서 전장 정찰과 화력 지원이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강력하게 무장한 공격헬기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공방어 시스템과 대드론 시스템에 취약해지는 것이 종종 목격됐다. 전쟁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Mi-8/17 수송헬기와 Mi-24/35 하인드 공격헬기나 러시아의 첨단 Ka-52 블랙샤크 등 수백 대의 헬리콥터를 잃었다. 그 결과 두 나라의 공격헬기들은 저공으로 비행해서 목표 인근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법으로 간접 사격을 하는 정도로 역할이 그치고 있다.

호주 국방부는 2000년대 초반 도입했지만, 성능 문제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에어버스의 타이거 무장정찰헬기(ARH)를 2025년부터 조기 퇴역시키고 미국에서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29대를 도입하기 위해 50억 호주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호주 싱크탱크의 주장은 최근 미 육군이 이미 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정찰공격기(FARA) 사업을 취소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미 육군은 FARA 사업을 취소하고 절감된 예산을 RQ-7을 대체할 미래전술무인기체계(FTUAS)와 헬기나 차량에서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정찰ㆍ공격 드론인 공중발사효과(ALE) 같은 저렴한 무인 시스템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호주 육군은 아파치의 첨단 데이터링크를 통해 무인기와 유무인 팀(MUM-T)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동시에 지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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