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의 미래를 묻다] 빛보다 빨리 갈 수 없는데 성간 여행을 할 수 있을까

2024. 4. 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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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중국 작가 류츠신은 소설 『삼체』를 통해 2015년 아시아 작가 최초로 SF 소설계의 최고 상인 휴고상을 수상했다. 『삼체』는 최근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삼체의 주인공 예원제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칭화대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가 홍위병들에게 반동분자로 몰려 광장에서 매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후 예원제는 내몽골 지역의 수용소로 끌려가 강제노역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수용소 근처에 있던 전파천문연구소의 관계자들은 예원제의 뛰어난 과학적 재능을 알아보았다. 전파천문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예원제는 곧 그곳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매우 특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연구는 바로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영어로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이었다. 예원제는 태양이 일종의 전파 증폭기로 작동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인류의 존재를 알리는 전파 신호를 전 우주로 발사하게 된다.

「 4광년밖 외계인 침공 그린 ‘삼체’
450년 간 우주 여행해 지구 침공
실제로는 핵폭탄 로켓 써도 한계
빛 돛단배 우주선 아이디어 나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는 1977년 9월 지구를 떠나 2012년 태양계를 넘어섰다. 2024년 현재 지구로부터 대략 240억㎞까지 멀어졌다. [사진 NASA]

이후 8년이 지난 어느 날, 예원제는 외계 지적생명체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대답하지 마라. 대답하면 너희 위치가 발각될 것이다. 나는 평화주의자다. 하지만 우리 종족은 너희를 죽이러 갈 것이다. 그러니 제발 대답하지 마라.” 예원제는 문화대혁명과 같은 광기에 사로잡힐 수 있는 인류가 더이상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예원제는 대답한다. “오라. 우리는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다.” 그렇게 지구로부터 4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에 사는 외계 지적생명체, 삼체인은 우주 함대를 구성해 지구로 향한 450년에 걸친 침공을 시작한다. 참고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을 포함한 알파 센타우리는 3개의 태양으로 이루어진 삼체 항성계다. 삼체 항성계는 카오스 현상으로 인해 태양의 움직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한의 생존 환경을 제공한다. 삼체인은 생존을 위해 새롭게 이주할 행성을 찾고 있었다.

빛보다 빨리 갈 수 없는 물체

만약 450년 후에 인류가 멸망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450년 후는 너무 먼 미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먼 미래에 인류가 멸망하든 말든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일까. 반대로, 인류는 450년 동안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삼체인의 침공을 준비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 450년 동안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소설 속에서는 이것을 두려워한 삼체인이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을 방해한다.)

발전된 과학기술을 가진 인류는 먼 우주로 나가 삼체인의 우주 함대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불행히도 인류는 그리 멀리 가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빨리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속도 제한은 인류뿐만 아니라 삼체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것은 삼체인이 지구로 오는 데에 450년이나 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워프 드라이브나 웜홀과 같이 공상과학(SF)적 아이디어를 제외하고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폭탄 로켓과 빛 돛단배

거의 진공인 우주에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작용-반작용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질이나 에너지를 뒤로 방출하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로켓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가장 효과적인 로켓은 핵폭탄이다. 예를 들어, 적절한 크기의 우주선에 1메가톤급 수소폭탄 30만 개를 붙인 후 한 개씩 터뜨리면 대략 한 달 후에 광속의 10%까지 가속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주선은 대략 45년 후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사실 중요한 점을 하나 빼 먹었다. 우주선은 도착지에서 감속을 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수소폭탄 중 절반은 감속할 때 써야 한다. 그렇다면 우주선은 대략 90년 후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우주선 속에서 자식을 낳고 살 수 있다면 손자 세대 즈음에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할 수 있다.

반면, 로켓은 우주선에 연료를 싣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우주선을 외부에서 밀어주면 어떨까. 처음 들으면 믿기 힘들겠지만, 빛은 바람과 같다. 빛을 반사할 수 있는 큰 돛을 달면 우주선은 마치 바다 위 돛단배처럼 우주를 항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강력한 레이저를 우주선에 달린 큰 돛에 충분히 오랫동안 쬐어 주면 우주선은 원칙적으로 광속에 가까운 속도까지 가속될 수 있다.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가. 놀랍게도, 이 아이디어는 이미 부분적으로 실현되었다. 2010년 일본은 태양 빛을 이용해 이카로스라는 돛단배 모양의 우주선을 금성까지 날려 보내는 임무에 성공했다.

사실 이미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선이 있다. 1977년 9월 5일에 발사된 보이저 1호는 35년을 쉬지 않고 날아 2012년 태양계 밖 성간 공간에 진입했으며, 다시 12년을 더 날아 2024년 현재 지구로부터 대략 240억㎞까지 멀어졌다. 참고로, 보이저 1호는 아무 추진력 없이 관성으로만 움직이며 시속 6만㎞의 속도로 날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거리로 느껴지는 240억㎞는 빛이 대략 하루 걸리는 거리에 불과하다. 알파 센타우리는 빛이 4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우주는 정말 너무 넓다.

박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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