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심판 '스트라이크' 콜했는데… 심판이 못 듣고 덮었다?

지난 2월 실시된 ABS 시스템 적응 훈련. 사진 KBO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공을 심판이 볼로 판정한 뒤 판독 오류를 넘기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NC와 삼성의 경기 3회 말. 2사 1루에서 NC 투수 이재학은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은 뒤 2구를 던졌다. 1루주자 김지찬이 도루를 시도했고 2루에서 살았다. 원심은 아웃 판정이 나왔으나 비디오 판독 후 세이프로 번복됐다. 그리고 이 공은 볼로 판정됐다.

ABS는 이 공을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 올해 도입한 ABS는 적용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경우 기계가 스트라이크 음성을 인이어를 낀 주심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심판은 이를 놓쳤다. KBO에 따르면 KBO ABS 상황실 근무자도 기계의 '스트라이크 콜'을 들었다. 이후 이재학은 2개의 볼을 더 던진 뒤 5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하지만 볼 판정을 받아 3볼 2스트라이크가 됐다.

이후 강인권 NC 감독이 벤치에서 나와 심판으로 향했다. 강 감독은 앞서 김지찬의 도루 때 이재학이 던진 2구가 스트라이크였는데 볼로 카운트됐다고 주장했다. KBO는 구단에 ABS 판정 결과를 볼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했는데 태블릿에는 이재학의 2구가 스트라이크로 표시됐다. 다만 태블릿에 표기되기까지는 딜레이가 있어 구단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제대로 판정이 됐다면 이미 이재현은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결국 4심이 모여 논의했다. 심판 조장은 구장내 마이크를 통해 "김지찬이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째)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도루 직후 강 감독의 항의가 이뤄지지 않아 어필 시효가 지났다며 원심을 유지했다. 결국 이재학은 6구째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고, 3회에만 3실점했다. 결국 최종 결과는 5-12 NC 패배.

로봇심판 운영 구성도 사진 KBO 제공

하지만 심판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계방송을 통해 심판끼리 나눈 대화 내용에 따르면 심판 조장이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실제로는 '스트라이크 콜'이 불렸지만, 놓쳤다는 의심이 드는 대화다.

KBO는 해당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요청했다. 심판들이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 했다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 ABS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주심 외에 3루심도 들을 수 있다. 주심이 듣지 못했더라도 3루심에게 확인하면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심판진이 실수를 덮으려 했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공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ABS지만 운용하는 심판진의 실수로 큰 논란이 발생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