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잡아라…혜택 빵빵해진 ‘트래블카드’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4. 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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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해외여행 수요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여행객을 잡으려는 카드사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은행 계열 카드사들이 속속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이른바 트래블카드를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핵심은 환율 우대와 자동 외화 충전 등 여행객 편의성을 높여주는 서비스다. 은행과 협업이 비교적 어려운 전업 카드사들은 해외여행에 특화된 신용카드 혜택을 강화하고 항공권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왼쪽부터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와 신한카드의 ‘쏠트래블’ 체크카드. (각 사 제공)
4대 금융지주 카드사 참전

은행 연계로 각종 수수료 면제

카드사들이 해외여행 특화 카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팬데믹 이후 회복세인 해외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약 2272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655만명) 대비 3.5배가량 증가했다.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며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도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9개 카드사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연간 16조8526억원으로 전년(11조9358억원)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2년 전(8조2898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증가하는 여행 수요에 카드사들은 발 빠르게 여행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은행과 협업이 순조로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대응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하나카드가 앞서가는 모양새다. 하나카드는 팬데믹이 잠잠해지던 2022년 7월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100% 환율 우대와 해외 결제·인출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담아 소비자 시선을 끌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1월 해외 체크카드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올해 초까지 13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환전액도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초 20% 중반대로 시작한 점유율은 1년 만에 39%까지 높아졌다. 카드업계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부재했던 하나카드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기간을 당초 올해 3월까지로 설정했다 인기가 지속되면서 올해 12월까지로 9개월 연장했다. 4월 중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통화도 기존 26종에서 41종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주요 거점 61개 점포에서 시작한 오프라인 발급은 이제 하나은행 전 영업점에서 가능하다. 하나은행 결제 계좌와 연동해 해당 금액만큼 자동 충전되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하나카드가 선점한 시장에 최근 신한카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한카드는 지난 2월 ‘신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선보였다. 신한카드 역시 신한은행과 협업해 전 세계 30종 통화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내세웠다. 해외 결제와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도 면제된다. 전 세계 400여 가맹점에서 최대 10% 캐시백과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베트남 그랩과 롯데마트 5% 할인, 미국 스타벅스 5% 할인 등도 눈길을 끄는 혜택이다. 전 세계 1200여 공항 라운지를 상·하반기 각각 1회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고객에게 호평받는다. 연회비가 고가인 일부 신용카드 고객에만 제공되는 서비스를 체크카드에 적용한 결과다. 국내 편의점 5% 할인, 국내 대중교통 1% 할인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유용한 혜택도 담았다. 출시 직후 인기를 끌며 한 달 만에 발급 30만장을 돌파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례적으로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이 직접 홍보에 나선 점도 눈길을 끈다. 해당 카드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정 행장은 “신한 쏠트래블 카드는 10년 내 최고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문 사장도 “존재하는 카드 상품 중에서 쏠트래블 체크카드만 한 상품은 없다는 것을 직(職)을 걸고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카드는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올해 상반기 중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체크카드는 없지만,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월렛’과 손잡고 전 세계 38개국 외화를 충전·결제할 수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지난해 8월 선보였다.

KB국민카드도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상품 개발 막바지 단계며, 4월 중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마찬가지로 환전 수수료와 해외 인출 수수료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이 담길 전망이다. NH농협카드 역시 유사한 상품을 개발 중이다. 개발을 마친 후 연내 선보인다는 목표다. 연초 윤성훈 NH농협카드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변화하는 트렌드에 기민한 대응으로 신사업과 혁신 금융 서비스를 발굴하겠다”며 “해외 결제 특화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 이용객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해외여행 고객이 언제든 자사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 라인업이나 혜택을 강화하려는 카드사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전업사, 신용카드 혜택 강화

경쟁 과열 시 수익성 우려도

은행과 협업이 비교적 어려운 전업 카드사들은 해외여행에 특화된 신용카드 혜택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현대카드의 대한항공카드와 아멕스 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대한항공과 PLCC 파트너십을 맺고 내놓은 국내 최초 항공사 카드인 대한항공카드의 최대 혜택은 마일리지 적립이다. 결제 금액 1000원당 1마일리지가 기본 적립되고 대한항공, 해외, 호텔, 면세점 등에서 결제 시 1000원당 2~5마일리지의 적립 혜택이 주어진다. 마일리지 바우처 혜택도 눈길을 끈다. 실적 조건을 채운 회원에게는 상품에 따라 매년 최대 1만5000마일리지 바우처가 제공된다.

최근 에디션2로 돌아온 현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 카드도 해외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상품이다. 기존 아멕스 카드 운영을 중단하고 지난 2월 혜택을 강화한 상품을 선보였다. 여행 관련 업종 이용 시 최대 5배의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 아멕스 카드 회원은 포인트를 국내·외 17개 항공사 마일리지와 힐튼·메리어트 등 5개 호텔 포인트로 전환 가능하며, 전월 50만원 이상 결제 시 1000원당 1마일리지 적립이 기본 혜택으로 주어진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해외여행 특화 카드인 ‘트립 투 로카’를 선보였다. 국내외 한도 없는 할인이라는 실속 혜택을 담았다. ‘카드 한 장으로 가볍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쓰기 좋은 카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트래블월렛과 제휴를 맺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 시 2%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최근에는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과 협업해 ‘트립 투 로카 빠니보틀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 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하면 추가 할인 혜택도 적용된다.

삼성카드의 ‘iD 노마드(NOMAD)’와 ‘iD 온(ON)’ 역시 해외여행 특화 신용카드로 꼽힌다. iD 노마드 카드는 여행 업종에서 건별 10만원 이상 결제 시 2만원 할인 기프트를 제공하며, 국내·외 가맹점 결제 시 최대 2%포인트를 적립해준다. iD 온 카드는 해외 결제 시 3%의 할인 혜택이 특징이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는 은행과 협업이 어려운 편이지만 신용카드를 내세운 만큼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 많다”며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발맞춰 해외 가맹점 이용 시 할인해주거나 해외 항공권 할인 이벤트 등으로 다양한 혜택을 선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여행 특화 카드 경쟁이 과열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카드사 본업인 결제 부문에서 이익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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