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 들었다고 하세요"…ABS 불만 터진 날, 심판진 볼 판정 담합 '시끌'→KBO 심판들에 경위서 요청

김지수 기자 2024. 4. 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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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시즌부터 KBO리그에 도입된 로봇심판 ABS. 4월 14일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판정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KBO가 야침 차게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가 정규시즌 초반부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현장 사령탑이 공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낸 데 이어 심판진의 미숙한 운영까지 노출됐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팀 간 3차전은 ABS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경기는 삼성의 12-5 대승으로 끝났지만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다.

문제의 상황은 3회말 삼성 공격에서 발생했다. NC가 1-0으로 앞선 가운데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의 타석 때 NC 선발투수 이재학의 2구째 직구는 볼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재학의 손을 떠난 2구째는 ABS 시스템상으로 '스트라이크'였다. ABS는 로봇심판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한다. 인이어를 낀 주심이 결과를 전달받은 뒤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알린다.

판독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주심은 ABS의 판정 결과에 따라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기계 오류 등으로 ABS를 통한 판정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주심이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판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4월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2024 시즌부터 도입된 자동투구판정 시스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문제는 이재학의 2구는 ABS가 '확실한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KBO ABS 상황실 근무자도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을 들었다.

정확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지만 일단 ABS의 '스트라이크 콜'을 현장 심판진이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주심과 3루심이 ABS 판정을 전달받는 인이어를 착용하지만 두 사람 모두 놓친 것으로 추정된다.

KBO는 10개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 태블릿으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확인할 때 어느 정도 시차가 있다.

강인권 NC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후에 주심이 '볼'이라고 외친 '2구째 공'을 ABS는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는 걸 파악했다. 강인권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진에게 이 부분을 어필했다.

주심, 심판 조장, 3루심이 모여 NC의 항의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해 논의했다. 곧 심판 조장이 마이크를 잡았지만 판정을 달라지지 않았다.

심판 조장은 팬들을 향해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째)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다. 하지만, ABS 모니터를 확인한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며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에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볼)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4월 14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2024 시즌부터 도입된 자동투구판정 시스템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로봇심판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문제는 심판 조장이 공개적으로 '규정'을 설명하기 전 심판들이 나눈 대회였다. 3심 합의 과정 중 심판 조장이 주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라고 한 말이 TV 중계에 잡혔다.

중계를 지켜보던 야구팬 입장에서는 심판들이 자신들의 착오를 ABS의 기계 오류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KBO는 일단 14일 대구 경기 심판들에게 경위서를 요청했다. 만약 심판들이 오심을 기계 탓으로 돌리려 했다면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날 고척스카이돔에서도 ABS는 뜨거운 감자였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ABS의 판정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13일 롯데가 1-4로 끌려가던 5회말 무사 1루 전준우의 타석 때 더그아웃을 나와 심판진에게 다가갔다. 투 볼에서 키움 선발투수 김선기의 3구째 126km짜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김태형 감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TV 중계화면상으로 김선기의 3구째는 전준우의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을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키움 포수 김재현의 미트에 공이 들어간 위치도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ABS 시스템은 김선기의 3구를 스트라이크로 판단, 주심에게 스트라이크 콜을 알렸다. 김태형 감독의 어필 및 확인 요청에도 판정을 달라지지 않았다. 전준우는 이후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김선기의 4구째 141km짜리 직구를 받아쳤지만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물러났다.

김태형 감독은 "전날 경기 중 ABS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납득할 수 없어) 확인을 요청했는데 스트라이크 존에 걸렸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는 ABS에 대한 불만이 많다. 이걸 정말 믿을 수 있는 건지 어떤 기준으로 판정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초 ABS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터무니없는 판정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이 있으면 안 된다"며 "지난해까지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볼 여부를 판단할 때도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날 5회초 전준우 타석 때 3구처럼)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는 않았다"라고 작심 발언을 내놨다. 

ABS는 이른바 '로봇 심판'으로 통한다.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모든 정규 투구의 위치값을 추적한 뒤 스트라이크 판별 시스템이 심판에게 해당 투구의 판정 결과(스트라이크 혹은 볼)를 자동 전달하는 구조다.

KBO는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리그 운영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 시즌부터 전격적으로 ABS를 도입했다. 경기 중 선수단이 더그아웃에서 실시간으로 ABS 판정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태블릿 PC를 1개씩 제공했다.

ABS 판정 결과는 최종적이며 해당 판정에 이의제기 혹은 항의할 수 없다. 단, 구단에 제공된 실시간 데이터와 심판 판정이 불일치하거나 시스템 및 운영상 오류가 의심되는 경우 감독이 심판에게 관련 사항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심판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경기 전 혹은 경기 중 장비 및 시스템의 결함, 오류, 기타 불가항력적인 상황 등으로 원활한 ABS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 주심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대체한다.

ABS 도입으로 선수들과 심판진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 결과를 놓고 논쟁하는 풍경은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경기 중 승부처 때마다 선수, 벤치 모두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스트라이크 콜이 울리는 모습은 자주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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