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공격에 기업들 ‘예의주시’…“단기 유가 상승 불가피” 전망도
이란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국내 산업계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것은 유가 상승 가능성이다. 중동은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가량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전쟁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원유 가격에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는 유가가 크게 상승한다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정유사의 정제 마진이 떨어지고, 전쟁에 따른 경제 불안정으로 수요까지 위축해 정유사로선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과거 사례를 보면 수급 위기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보통 유가는 다시 안정된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8개월 치 원유를 비축해두고 있다. 석유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업계도 유가 상승이 제품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지 주시하는 모습이다.
해운업계 역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 해운사 HMM이 최근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벌크선 운항이 잦은 곳이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이번 공격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지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해운업체들은 지난해 12월 ‘홍해 위기’ 여파로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항로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대신 아프리카 최남단인 희망봉으로 수 천㎞를 우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자동차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현지에 공장이나 연구시설 등 거점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지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항공업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중동행 직항 노선(인천~텔아비브)을 두고 있지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6개월 넘게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나 이란 영공을 비행하지 않아 유럽 노선 등에도 별다른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확전에 따른 유가 상승과 해운 운임 증가 등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아직 구체적 전망을 하기 어려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동에서 잇달아 대규모 수주에 성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던 건설업계는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의 시선으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
윤성민·박영우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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