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본토 처음 때린 이란, 최악은 피해간 계산된 도발?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무인 공격기(드론)와 미사일 수백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했다.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 조치로,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의 본토를 직접 때렸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무장세력을 통해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이란의 직접 공격에 이스라엘이 보복을 선언했다. 자칫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국제사회는 양국의 자제를 요청하면서 확전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300개 이상의 이란 드론과 순항·탄도 미사일 중 99%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밤 11시께 이란은 자폭 드론 170대와 30여기의 순항 미사일, 120기가 넘는 탄도 미사일을 이스라엘을 향해 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공습 시작 직후 성명에서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격과 이란군 지휘관 사망 등 사악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수많은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작전명은 '진실의 약속'으로,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영사관 피폭 12일 만에 단행된 이란의 공습은 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며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친이란계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이 분쟁에 가세했지만, 이란의 직접적인 무력 개입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자체 방공 시스템과 미국 등 동맹국들의 도움으로 이란 측 드론과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영토에 도달한 것은 불과 몇 개의 탄도 미사일 뿐이고, 공군 기지 한 곳이 경미한 피해를 입었을 뿐"이라 발표했다. 민간인은 소녀 1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 관료 2명을 인용해 "중동에 주둔한 미군이 드론 70대와 탄도 미사일 3발을 요격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오전 5시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고, 곧이어 폐쇄했던 영공도 다시 열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내부의 군사 시설만을 겨냥했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고 이란 국영TV는 밝혔다.
중동의 전운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최고조로 치달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공습 이후 즉각 마련된 전시 내각 회의에서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보복 방침을 밝혔다. 현지 채널12 방송 등은 "이스라엘 전쟁 내각이 이날 이란의 공격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 계획'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對) 반격 반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 전쟁 확전을 경계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습 후 "이란과 그 대리인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양국의 약속은 철통 같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스라엘의 재보복을 억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은 어떤 종류의 대이란 공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세적 작전을 지지하거나 참여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혹 이란을 공격한다면 사전에 미국에 미리 알릴 것을 요청했다"고 CNN이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긴장 고조(escalation)를 추구하지 않는 선에서 이스라엘 방어를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도 14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향후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에 따라 확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등 국제사회가 네타냐후 총리를 얼마나 설득하는 지가 관건이다. 특히 중동 정세는 국제 유가 등 글로벌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양국 간의 충돌이 격화되면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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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계산된 도발? "확전 원치 않아"
일각에선 이번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 "확전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감행한 계산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이 이번 작전에서 군사 기지 목표물만 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 NBC는 "이란이 공격 수위를 미세하게 조정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또 지난 7일 미국 정부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태는 이로써 결론이 낫다고 간주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만약 이스라엘 정권이 또 한 번 실수한다면 이란의 대응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을 향해 양국의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초 이란 공습 이후 응징을 고려한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을 돌연 취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NYT는 14일 두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14일 회의를 열어 보복 공격에 나서는 방안을 포함해 이란의 공격 사태에 어떻게 대응 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 간 통화 후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한편 14일 한국 외교부는 "깊은 우려를 가지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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