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엔비디아 협력사 제재에 中 맞불…‘약속대련’ 끝나간다

이희권 2024. 4. 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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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이미지. 김주원 기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올 2월 중국 업체 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6곳을 추가로 제재했다. 이로써 바이든 행정부는 319곳의 중국 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록(306곳)을 넘어섰다. 중국도 기다렸다는 듯 맞불을 놓았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인내’를 이어온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놀라 황급히 대중(對中) 원천 봉쇄에 나서면서 양국 사이 무역장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못 본 척 봐주기’ 끝내나


엔비디아의 'H100' 칩.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 훈련에 쓰인다. 사진 엔비디아
14일 반도체 업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새롭게 등재된 기업 중 엔비디아의 중국 협력사인 시톤홀리(Sitonholy)가 포함된 것을 두고 미국이 마침내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반도체 통곡의 벽’ 쌓기에 돌입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케빈 컬랜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 부차관보는 “이들 기업이 중국군 현대화 프로그램과 군 정보당국을 위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관여했다”고 말했다.

시톤홀리는 엔비디아·인텔 칩을 기반으로 중국 내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시톤홀리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고성능 자사 서버를 중국 기업과 각 기관에 공급해왔다.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시톤홀리의 서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첨단 AI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제재 대상에 포함된 만큼 앞으로 엔비디아·인텔이 이곳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으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 블룸버그

그동안 미국은 중국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시톤홀리 같은 협력사를 통해 ‘샛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자국 첨단 칩이 중국에 판매되는 것을 눈감아왔다. 자국 주요 기업의 매출 상당수가 중국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엔비디아 매출의 22%, 인텔 매출의 27%가 중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잇따라 기술 한계를 돌파하며 성과를 내자 대중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더는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제재로 고전하던 화웨이는 지난해 8월 7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부활했다. 올해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없이 5나노 반도체 생산에 도전한다. 이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앞선 공정에 1~2년 정도 뒤처진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 공화당 의원들은 화웨이의 노트북 신제품에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을 두고 바이든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인텔로부터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급받을 수 있는 특별 라이센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의원은 “상무부가 왜 미국 기술을 계속 화웨이에 공급하도록 허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中 반격, “우리가 먼저 안 쓴다”지만


중국 화웨이 로고. EPA=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 기업들이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품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며 맞불을 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올해 초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에 “외국산 CPU를 2027년까지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인텔·AMD는 전 세계 통신 네트워크 CPU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전체 칩의 절반 정도를 중국 시장에 팔아왔다.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이날 인텔과 AMD 주가는 각각 5%, 4% 넘게 급락했고, 엔비디아 주가 역시 3% 가까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체 제작한 CPU·GPU가 있지만 아직 성능과 호환성 모두 시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며 “중국이 강경책을 내긴 했지만 당분간 미국 기업의 칩 없이 인프라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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