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이나 늦은 뉴욕의 '지진 문자'...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기상청에 직접 지진 재난문자 발송... '호우 긴급재난문자'도 수도권에서 정식 운영

[강언구 기자]

▲ 뉴욕 ⓒ Pixabay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시민들께서는 실내에 머무르시고 부상자가 있는 경우 911에 전화해주세요"

지난 4월 5일 오전 10시 23분(현지 시간), 미국 뉴저지 주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뉴욕과 뉴저지 인근의 항공과 철도, 도로 등이 통제되어 매우 큰 혼란을 겪었다.

40분 지연된 미 정부의 대응

그러나 재난 속에서 정부의 수습을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무정부 상태'를 겪어야만 했다. 재난문자가 지진 발생으로부터 26분이나 지나 도착한 것이다. 그마저도 뉴욕시 알림 서비스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발송되었고, 일반 시민을 위한 재난문자는 다시 13분이나 더 지나 도착해, 40분 가까이 '시민 방치'가 발생되었다.

지진 발생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는 충격에 맞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진 관측 즉시 대중에 위험성이 전달되어야 하므로, 지진조기경보의 생명은 절대적으로 '전달속도'에 달려있다. 지진 발생 후 40분이나 지나 도착하는 재난문자는 필요없다.

우리나라는 준비되어 있나

2023년 국내의 지진 재난문자 발송 사례를 살펴보자. 재난문자 발송 기준에 들었던 4차례의 지진 모두 발생 10초 이내에 문자 발송에 성공했다. 그러다보니 문자를 받은 이후에 지진을 느꼈다는 '체험담'이 SNS에 공유되는 일도 잦아졌다.
 

▲ 기상청 긴급재난문자(지진) ⓒ 강언구

물론 초기에는 제도 및 체계의 정비 미흡으로 혼선이 있기도 했다. 예로 2016년 경주 지진 당시에는 국민안전처(현재는 행정안전부로 통합)의 시스템이 문제가 되어 수 분이나 늦게 재난문자가 발송되었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아닌 기상청에서 직접 지진 재난문자를 발송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고,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루어냈다.

'호우'도 기상청이 직접

그렇다면 지진 이외의 위험기상 재난문자는 우리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있을까?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재난문자의 발송은 여전히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속에서 '호우'의 급격한 발달이 잦아지며, 이에 대응할 빠른 전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급격한 뇌우 발달 ⓒ Pixabay

이에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의 개정을 통해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기상청에서 직접 발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 지난 해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 50mm와 3시간 강수량 90mm가 동시에 충족될 때, 또는 1시간 강수량이 72mm 이상 관측되었을 때 발송된다. 눈썰미 좋은 분은 익숙하실지도 모르겠다. 바로 2023년부터 도입된 '극한호우'의 정의에 해당한다.

기상관측은 기상청의 고유업무이기에 호우 상황에 대한 대국민 전달이 즉시 가능하다. 또한 읍·면·동 단위로 범위를 세분화, 필요 지역에만 위험을 전달하여 정보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 2023년도 기상청 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이력 ⓒ 기상청

작년에는 총 6건의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었으며, 첫 발송지역이었던 7월 11일 구로·영등포·동작 인근에서는 119안전센터에 33건의 침수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되어, 실제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적시에 정보가 공급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권에 대한 시범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올해는 광주·전남으로 시범 운영을 확대하고 수도권은 정식 운영에 돌입한다. 해당 지역에서는 한결 빠르게 도착하는 호우 재난문자를 기반으로 위험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해가 갈수록 극한의 호우가 잦아지는 만큼, 대한민국 어디에 있어도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국민적 체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지역의 '단계적 확대'를 조속히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관심'

주변을 둘러보면 기상재해 뿐만 아니라 군사, 치안,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잦은 재난문자 발송에 불평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정보를 서로 다른 기관에서 중복 전달하는 모습은 전파 자원의 낭비뿐만 아니라 재난에 대한 둔감화 측면에서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정비를 해 나가야 하겠다.

하지만 재난문자 수신을 정지하는 등,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불편'이 싫어 '재난'을 마주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은 아닐 터이니, 오늘도 묵묵히 속삭이는 '수호천사'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보자. 재난은 오늘도 당신이 무관심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