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성지' 예루살렘 공습에 놀라…'99% 요격'에 동요 미미"

박소영 2024. 4. 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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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이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쏠 줄은 몰랐다. '이슬람 성지' 예루살렘까지 공격할 줄이야…. "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 본토 전역에 사상 처음으로 300기가 넘는 미사일·무인기(드론)로 공습하자 이스라엘인들은 방공호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특히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친(親)이란 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조직 헤즈볼라 등은 이슬람 3대 성지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예루살렘 공격은 피해왔는데, 이날은 대대적인 공습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14일 새벽 예루살렘 상공을 향해 방공망으로 이란이 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예루살렘에서 거주 중인 양달선(여행업)씨는 14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새벽 2시께 대피경보음과 방공망 작동 소리에 잠에서 깨 바로 집안에 있는 방공호에 들어갔다"면서 "요르단쪽으로 전투기 수십대가 지나가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이 폭격당한 후 이란의 보복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미사일과 드론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올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예루살렘에서 현지 한국어 매체 KRM을 운영하고 있는 명형주 대표는 "이스라엘에선 가자지구와 분쟁이 빈번하지만, 무슬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예루살렘에는 로켓이 한 두개 떨어지는 정도였다"면서 "그런데 새벽 두차례 정도 미사일·드론 수십대가 한꺼번에 날아들어서 놀랐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군사 기지가 있는 남부 네게브 사막에 세워진 대도시 브엘세바, 이스라엘의 수도 역할을 하는 텔아비브 등에도 공습이 있었다. 브엘세바에 있는 한 교민은 "오래된 건물에 살아 집안에 방공호가 없서 가까운 방공호까지 뛰어갔다"면서 "방공망이 작동하면서 내는 '쾅쾅' 소리가 10분 간격으로 계속 나서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래도 평소 전쟁 대비가 잘 돼 있어 이스라엘 국민의 동요는 적은 편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선 1980년대 이후 지어진 주택·아파트 등에는 모두 방공호가 구비돼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가까운 공용 방공호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도 대부분 대피경보가 울리자마자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식수와 식료품을 꾸준히 준비한 듯 사재기 행렬도 없다고 교민들이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에선 소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응급서비스에 신고된 약 30여건은 대부분 경미한 부상이었다.

14일 오전 5시께 이란의 대규모 공습이 끝나자, 바로 대피경보는 해제됐고 평일의 시작인 일요일에 맞춰 일상생활을 재개했다. 일부 회사 업무는 개시하고 대중교통도 운행됐다. 다만 학교 초·중·고등·대학교는 이틀간 휴교하기로 했다.

14일 오전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루살렘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란의 전례 없는 공격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인들은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99% 가까이 요격했다는 것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명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완벽하게 막아내면서 군대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면서 "이스라엘인들은 미국·영국·요르단·프랑스 등이 도와줬기에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교민들은 이스라엘 내에선 보복 공격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도 전했다. 30년 가까이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는 양씨는 "이스라엘 전역을 공격한 건 처음이라 이스라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6개월 넘게 여행객이 줄어 힘든데, 더 큰 전쟁이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명 대표는 "국민 중 사망자가 1명이라도 나온다면 미국 등 서방 동맹국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보복 폭격을 가할 것"이라며 "장기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한국대사관의 공지를 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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