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윤대통령, '채상병 특검' 즉각 수용해야" 재차 압박
[곽우신 기자]
▲ '대통령 범인도피 특검' 피켓 든 민주당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주호주 대사 내정자가 10일 저녁 호주로 출국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기 앞서 '피의자 이종섭 대사 임명 대통령 범인도피 특검' 피켓을 들고 규탄하고 있다. |
ⓒ 남소연 |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 반성하고 있다면 '채 상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고 채 상병 관련 특검법안(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과정 위법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추진을 재차 예고했다. 제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되기 전에 처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올라간 법안은 현재 의석 분포상 여당이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미 녹색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도 적극 찬성한 사안이기에 본회의가 열린다면 표결 자체는 무리가 없다. 여권이 총선에서 참패한 상황이기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도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설사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특검법이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범야권이 이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석수에서 압도적인 야권 내 공감대가 크기 때문에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여권 내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민의를 저버리기 어려울 것"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22대 총선을 통해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폭주를 멈추라고 선언했다"라며 "김건희 여사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부터 각종 민생법안까지 거부권 행사를 남발해 온 윤석열 정권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채 상병 사망과 그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은 지난 2년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부실과 무도함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노력을 권력의 힘으로 찍어 눌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멀쩡한 사람을 항명죄로 기소하고, 정작 피의자는 호주대사로 피신시켜 공수처의 수사를 방해하려고 했다"라며 "그래서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합동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회의실로 가기 위해 승강기에 탑승한 이종섭 대사에게 카메라가 집중되고 있다. |
ⓒ 권우성 |
논평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박 대변인은 "홍익표 원내대표를 아침에 행사장에서 만나서 어떻게 처리하실 예정인지 물어봤더니 5월 2일쯤에 채 상병 건은 본회의 처리를 생각하고 있다고 하셨다"라며 "내일(15일) 채 상병 특검법 관련 기자회견이 오전 10시 30분에 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대략적인 향후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이어 2일 본회의에 특검법이 상정될 경우 "채 상병 특히 이종섭 주호주대사 관련한 민심이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라며 "정확하게 진상 규명하라는 게 민의"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이런 민의를 저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 여부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으나, 그는 "국민의 민심을 총선에서 확인했지 않느냐, 무엇을 하라는 건지"라며 "채 상병 특검을 통해 진상 규명하라는 게 국민 엄명인데, (거부권을 사용한다면)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 가만있을까 싶다. 그걸 국민의힘 의원들도 너무 잘 알 것"이라며 "현장에서 국민의 뜻을 그대로 다 봤다. (거부한다면)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를 국민의힘이 다 알 것이라고 본다.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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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총선 참패의 후폭풍으로 인해 당을 재정비하느라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 상의할 일"이라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당 내부에서 채 상병 특검 찬성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분당갑에서 생환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진행자의 물음에 "저는 개인적으로는 찬성"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질 거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저는 그렇다"라고 재차 확언했다.
서울특별시 도봉구갑에서 당선되어 곧 국회로 들어오게 될 김재섭 당선자 역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채 상병 특검 문제는 보수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안보의 문제와도 직결이 돼 있기 때문에, 이걸 우리가 그냥 묵과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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