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이란 규탄" 중동 "양측 자제"…우크라는 '조마조마'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며 중동 내 전운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가운데 유럽 등 국제사회가 확전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 측에는 더욱 악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이 지난 1일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무장 무인기(드론)과 순항·탄도미사일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습하자 국제기구와 서방은 물론 중동·중남미 국가들도 양측에 자제를 요청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역 전반에 걸친 파괴적 확전이 가져올 실질적 위험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대규모 군사적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가장 발 빠르게 입장을 밝힌 쪽은 미국·이스라엘과 가까운 유럽 국가들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란의 공격 직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무모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또 "(영국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등 모든 지역 파트너들의 안보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확전을 막기 위해 긴급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와 독일도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편에 굳건히 서 있다"(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전례 없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한 어조로 이란을 비판했다.
미국과 가까운 중동 국가들도 양측의 자제를 당부했다. 예멘·시리아 내전 등에서 오랫동안 이란과 대리전 형태의 다툼을 치러온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모든 당사국이 '최고 수준의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평화를 유지 중인 이집트 또한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이밖에 일본, 호주, 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재했던 중국도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중국은 현재 사태 고조에 대해 깊이 우려를 표하며, 당사자가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해 긴장 국면이 더 고조되는 일을 피할 것을 호소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 사회, 특히 영향력 있는 국가가 지역의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에 '이란이 보복하지 않도록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이 적극적으로 확전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한 셈이다.
"美 지원 끊길라"…근심 커진 우크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상황 악화를 우려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미 공화당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더욱 약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미 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 측은 이스라엘만 콕 집어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지만, 우크라이나와 대만도 함께 지원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그러나 이날 이란 공격으로 미국 내 여론이 바뀌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한층 줄어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는 동부지역 전장에서 러시아에 밀리고 있어 무기 지원이 절실하지만, 미국의 지원 패키지 법안이 두 달째 하원에 묶여 있는 탓에 무기 등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를 손에 쥔 러시아가 한층 유리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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