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와 통화 "어떤 대이란 반격도 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습한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이란의 뻔뻔한 공격에 대해 단합된 외교적 대응을 조율하겠다”며 G7(주요 7개국) 정상들과의 긴급 회의도 소집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철통같은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에 대한 공격 작전엔 지원도 참여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동맹인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비판 여론이 커지는 데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확산되는 부정론…유가도 걱정
이날 공격은 이란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간의 전쟁이 장기화된 가운데 이란이 직접 개입한 사건이자 이란의 첫 이스라엘 본토 타격이다. ‘본진’ 이란의 군사행동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의 동시 참전을 불러올 수 있어, 50년 만의 5차 중동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란의 공격 직후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에서도 로켓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공격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두 차례 소집한 뒤 이란의 공격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그런데 그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공격도 방어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줬다”며 “적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 큰 피해 없이 방어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하다.
실제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요격으로)이란 공격이 실패했으니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며 보복전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바이든의 신중한 입장은 오는 11월로 다가온 미 대선과 유권자들의 표심과 무관하지 않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이날 공개한 조사에서 바이든의 외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부정적 의견은 바이든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층에서 두드러졌다. 이스라엘 지원 여론이 악화되자 개전 직후 이스라엘을 방문해 전폭 지원을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와 각을 세우며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친 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한 무슬림들이 집단적인 낙선 운동을 펼치는 등 아랍계 표심 이탈에 고민하고 있다. 아랍계 미국인은 34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대선의 격전지로 예상되는 미시간·펜실베이니아·조지아주 등에 집중 거주하고 있어 접전이 불가피한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결정할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전은 국제유가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만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장중 배럴당 87.67달러와 92.18달러를 넘었다. 만약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배럴당 130달러대로 치솟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기름값은 미국인의 체감 경기에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대선 이슈인 인플레이션 문제의 핵심이다.
트럼프 “바이든의 나약함 때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확전 가능성을 공세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바이든의 나약함 때문”이라며 “내가 집권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은 “집단 학살자 조(Genocide Joe)”를 외치며 호응했다. ‘집단학살자 조’는 가자지구에서의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편들기 정책을 비판할 때 부르는 이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던 4년 전에는 세상이 미국을 존경했지만, 이제는 미국을 ‘웃음거리’로 여긴다”고도 했다.
네타냐후 “보복한다”…이란 “문제 종결”
그러나 국내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쟁 중단은 사실상 사임과 같은 의미다. 외교가에선 네타냐후 총리가 오히려 확전을 통해 국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해서도 미국 정치권에선 “확전을 노린 의도적 공격”이란 해석도 나온다.
영사관은 외교의 허브이자 파견국의 영토로 간주되는 곳이다. 일각에선 영토에 대한 공격을 받은 주권국 이란 역시 영토 공습에 대한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영토 공습을 규탄하지 않으면서 이란에게 공습의 명분까지 제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란 외교부는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며 보복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해 NBC는 이스라엘의 영사관 폭격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더 큰 전쟁에 깊이 끌고 들어가려고 한다는 우려를 사석에서 표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영토을 공격 받은 동맹국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공격 자제 요구에도 “우리를 해치는 자는 누구든 해치는 것이 이스라엘의 원칙”이라며 이란에 대한 재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동시에 국제 사회가 중재한 하마스와의 인질 석방안도 거부하며 “총력을 다해 가자지구에서 목표를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반면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이란의 군사적 행동은 이란의 외교 근거지에 대한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확전 가능성을 경계했다. 또 상대적으로 이동 속도가 느린 드론 등을 공격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도 반격의 명분을 살리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격추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주려고 의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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