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승강기 장애인들에게 양보합니다”
1층 로비와 지하 3층 대예배당을 오가는 승강기가 이날 따라 유난히 한산했다. 교인들이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승강기를 양보하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긴 까닭이다.
경기도 성남시 선한목자교회(김다위 목사)가 14일 2024 장애인주일을 맞아 ‘기쁨의 계단 행복의 엘리베이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하루 교인들은 교회 안의 승강기를 장애인과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 노약자에게 양보했다. 선한목자교회가 5년 전부터 1년에 하루를 정해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선한목자교회는 지난 2016년부터 장애인의 날을 즈음해서 장애인주일을 지키고 있다.
올해 장애인주일 예배는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나라’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장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뛰노는 나라를 꿈꾸자는 뜻을 담았다. 예배 시작을 알리는 찬양 시간부터 평상시와 달랐다. 수어 통역사 2명이 찬양팀과 함께 올라 찬양을 인도했다.
성경 봉독도 장애인 부서인 사랑부 소속 교인이 맡았다. ‘더 약하게 보이는 몸의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히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 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이날 설교 본문인 신약 고린도전서 12장 22~23절이 서툴지만 분명한 발음으로 선포됐다.
이날 예배 설교는 장애인 자녀를 둔 김인수 감신대 교수가 전했다. 김 교수는 ‘이상한 능력, 회복 공동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성경이 쓰인 당시만 해도 오직 왕만이 신의 형상이라고 인식했지만, 성경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됐다고 선언한다”며 “하나님이 남녀를 만드신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만드셨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는 모두 존귀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예배 도중 일부 사랑부 교인이 소리를 지르가나 손뼉을 치는 등 돌발행동을 하기도 했지만 이를 두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이를 찾기 어려웠다. 안재영 선한목자교회 사랑부 담당 목사는 “장애인주일은 우리 교인들이 서로의 연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라며 “조금 시끄럽기도 하고 아이들이 돌출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하나님이 그에게 허락한 아름다움임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주일은 장애인 성도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도 총 16명이 세례를 받았다. 몸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가족과 교역자들이 부축하며 세례식을 도왔다. 김다위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일일이 모든 세례자의 머리에 물을 뿌리며 세례식을 인도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차명기(16)군도 단상에 올라 예식에 참여했다. 차군의 어머니인 유미선(여·52) 권사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제가 신앙생활을 하지 않아서 유아세례를 받지 못했다”며 “스스로 신앙고백을 하기 어려운 우리 아이의 특성상 평생 세례를 못 받을 줄 알았는데 이런 날이 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한목자교회에는 90여명의 사랑부 소속 장애인과 120여명의 교사들이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밖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선한농인부’와 수어 사용자들의 모임인 수어셀을 운영 중이다.
한편 교회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감독회장 이철 목사) 선교국은 지난 12일 2024 장애인 선교주일 자료집을 공개했다. ‘장애인들의 얼굴에 언제나 웃음꽃이 피는 감리교회’라는 주제의 자료집에는 설교 예문과 ‘장애가 있는 지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 모델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이철 목사는 “신체적 결함뿐 아니라 편견이라는 사회적 장애는 전체 인구의 5.2%에 달하는 256만 장애인들에게 더욱 큰 고통이며 아픔”이라며 “교회는 물론 정부와 사회공동체 모두 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생활과 권리를 보장받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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