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참전이 불붙인 국제유가…‘포스트 총선’ 물가 관리 시험대
이란의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한국 정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려 있어서다. 총선 이후 물가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휴일인 14일 오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주요 간부와 ‘중동 사태 관련 긴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관계기관 합동 비상 대응반을 매일 가동해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고 필요시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달리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할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도 최남호 2차관 주재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들이 화상회의를 열어 에너지, 공급망, 수출 등과 관련한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란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 수급 상황에 변화가 없는지 점검하고, 국내 수출 기업의 해상 물류·운송에 차질은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4·10 총선 이후 첫 민생 과제로 물가 관리가 떠오른 모양새다. 과일값 오름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 악재까지 겹쳤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국 주유소 휘발윳값은 3주째 상승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673.3원을 기록했다. 서울은 L당 1700원을 넘겼다.
여기에 총선 전까지 억누른 각종 공공요금 인상, 선거 기간 발표한 각종 재정 지출 정책·공약 등 물가를 자극할 요소가 줄줄이 남아있다. 주요 식품업체가 원재료 인상 등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일제히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날 정부 대책회의에서도 “상황 변화를 주시하겠다”는 상징적인 언급 외에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는 이달 말 종료하는 유류세 인하(휘발유 25%, 경유 37%) 조치를 6월 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할지 검토 중이다. 하지만 2021년 11월부터 8차례 연장한 조치라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도다. 산업부에서 추진하는 알뜰 주유소 가격 인하 등도 미봉책에 가깝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중동에 편중한 원유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달러당 원화값이 1370원대까지 내리며(환율 상승)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강(强)달러 현상이 엔·위안·유로화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데다, 국내 경제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환율 수준에서도 시장 혼란이 덜한 이유에 대해 "최근 환율 상승은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의 영향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과거와 달리 한국의) 해외 순자산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1400원대에 닿을 경우 외환 당국이 구두(口頭)개입 식으로 환율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대외 충격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돼 금융ㆍ외환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경우 정부의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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