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생 "죽었다"…연인에게 장례비 뜯어낸 50대 男

8차례에 걸쳐 1800만원 받아 가로채
춘천지법, 징역 6개월 선고
가족 사망 사칭 사기 범죄 잇따라

멀쩡히 살아 있는 동생이 죽었다며 장례비를 구실로 연인에게서 돈을 뜯어낸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성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연인 B씨에게 "병간호하던 동생이 사망해 관 값을 보내주면 장례식이 끝난 뒤 갚겠다"며 300만원을 받아내는 등 같은 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약 1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춘천지방법원[사진출처=연합뉴스]

조사 결과 A씨의 동생은 사망한 사실이 없었으며, 당시 A씨가 운영하던 사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돈을 갚을 능력도 없는 상태였다. 또 A씨는 지인 C씨를 상대로 사업을 핑계로 1130만원을 뜯은 혐의도 함께 받는다.

박 부장판사는 "같은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B씨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C씨에게 300만원을 갚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유사한 수법으로 살아있는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여자친구를 속여 장례비를 받아내거나 친구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등 7억여원을 가로챈 30대가 최근 기소된 일도 있었다. 지난 1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사기와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30대 D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직장인인 D씨는 2021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여자친구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리거나 아파트 청약금에 필요하다며 빌린 뒤 갚지 않는 등 총 4억6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또 그는 부모가 아프다며 병원비를 받아낸 데 이어 살아있는 어머니를 숨진 것처럼 속여 장례비까지 받아냈다. 검찰은 D씨가 부모 병원비나 장례비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금액이 약 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D씨는 친구에게 자사주 투자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도 함께 받는다.

또 지난해 말에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50대 남성에게 아버지 장례비 명목으로 2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낸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상대 남성에게 "아버지 사망 보험금으로 수억 원을 받게 되는데 장례 비용을 납부하려면 대출받아야 한다. 대출 승인이 안 되니 돈을 빌려달라"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사망한 사실이 없고, 편취한 돈은 생활비나 호스트바 대금 등에 사용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법은 이 여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