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토크]이 회사 없었으면 '배달의 민족'도 없었다
2차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최초
美 IBM의 투자로 본격 상업화
배달의 민족, 쿠팡 로켓 배송. 모두 매일같이 전국에서 수천만명에게 주문을 받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거대한 물류 수요를 소화해내고 있지요.
어떻게 단 한두 개의 기업이 이런 어마어마한 비즈니스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된 걸까요? 그 비밀은 '최적화'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최적화 기술의 토양 그 자체가 된 IBM 없이는, 전자상거래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같은 서비스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겁니다.
노동자 보행 경로만 바꿔도 생산량이 올라간다…'최적화'의 마법
최적화는 현대 사회의 핵심입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운송 모두 최적화 기술을 통해 돌아갑니다. 배민은 최적화 덕분에 밀려오는 음식 주문을 전국의 배달 기사에 분배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물류 센터 작업 과정도 모두 최적화의 일환입니다.
코로나19 당시 한참 마스크가 부족하던 때, 삼성전자의 직원들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을 도와 한 번에 생산량을 2배 이상 끌어올렸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삼성에서 근무하는 최적화 엔지니어들의 실력이었습니다.
주문받는 방식, 사람이 지나다니는 동선, 센서의 동작 타이밍이나 컨베이어벨트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수행하는 모든 작업은 최적화를 통해 능률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산업 혁명 당시 '분업화'를 발견하며 최초로 최적화를 이뤘고, 이제는 수학,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AI)을 동원해 수율을 증진합니다.
2차세계대전 중 탄생한 '작전 연구'
하지만 최적화가 학문의 영역이 된 건 극히 최근 일입니다. 사실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젊은 과학'이지요. 또한 최적화의 탄생은 전쟁, 그리고 테크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은 세계 최초로 군사 작전에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했습니다. 즉 데이터를 집계하고 통계화해 작전의 효율을 높이는데 참고했다는 겁니다. 이런 노력이 결집하면서 1940년대엔 처음으로 '작전 연구(Operational Research·OR)'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원래 작전 연구는 군용 병기의 탄약, 연료 소모를 효율화하고 재원을 아끼기 위한 군사과학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후 과학자들은 OR을 정부 정책 조달, 철도 운영, 우유 배달 같은 다양한 공공·민간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특히 OR의 잠재력을 가장 높이 산 건 민간 기업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IBM의 투자가 결정적이었습니다.
OR 가다듬어 '최적화' 만든 IBM
이제 OR은 '운용 과학', '경영 과학', '계량 경제학'같은 용어로 불립니다. 최적화 또한 궁극적으로 OR의 파생물입니다. 20세기 후반 '메인프레임'이라는 대형 컴퓨터 제조업의 선두주자였던 IBM은 OR 연구에도 열성이었습니다. OR 분야의 수많은 학자가 IBM을 거치면서 학문에 자양분을 길어주었습니다.
IBM의 OR 투자는 헛된 노력이 아니었습니다. 메인프레임의 인기가 식고 소형 PC의 시대가 열리자 IBM도 타격을 입었는데, 위기에 몰린 IBM의 구원투수가 된 사업 분야도 OR이었으니까요.
사실 오늘날 IBM은 테크 기업이 아닌 OR 컨설팅 기업에 더 가깝습니다. 수십년 넘게 축적된 전문성과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정부 기관·기업들의 경영 최적화를 컨설팅하고 요금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이 기업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합니다. IBM에선 이런 컨설팅 사업을 '서비스 과학'이라 칭합니다.
IBM의 OR은 그야말로 모든 사회 분야에 뿌리내린 상태입니다. 일반적인 기업 경영은 물론, 건축이나 사회학, 경제 정책 연구, 법학, 심지어 주식 투자를 할 때도 OR이 접목됩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대기업이 자체 최적화 팀을 두고 조금이라도 작업 능률을 높이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지요.
현대 사회는 최적화 덕분에 돌아간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자본주의 세계를 우리는 '대량 소비 사회'로 정의 내립니다. 대량 소비는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물류 효율화를 통한 운임 억제를 전제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공장과 물류센터 뒤에서 노동자, 기계의 작업을 매일같이 최적화하는 OR 없이 대량 소비 사회는 성립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OR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배달 앱과 이커머스가 보편화할수록 운송 효율은 훨씬 높아져야 할 테니까요. IBM 같은 기업들이 최적화의 토대를 닦아놓지 않았다면 배민도 탄생할 수 없었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 아닌 셈입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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