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 본토 첫 보복 공격…美 바이든 "안보공약 철통"

이현주 2024. 4. 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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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라엘 향해 드론 수백대 발사
美, 이란 드론 격추하며 방어 지원
이스라엘 "이란 공격에 강력 대응"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에 달하는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이번 주말 심야 공습은 이란의 첫 전면적인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공격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 지 12일 만이다.

미국은 예상했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되자 사전에 준비해둔 전투기 등 군사력을 동원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했다.

현지 당국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폭탄을 실은 드론 100기 이상을 발사했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현지 시위대가 반 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미사일로 타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여러 명이 숨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11시께 이란의 공습 개시 사실을 처음으로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자국 영토 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를 쐈다"며 "이스라엘 전투기와 함정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NBC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드론 400~500여기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모하마드 레자 가라에시 아시타니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에 영토나 영공을 개방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의 단호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 방송이 전했다.

주요 외신은 현지시간 2시를 전후해 예루살렘을 포함해 이스라엘 전역에서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접경 레바논 남부가 근거지인 헤즈볼라는 이란 공습에 맞춰 골란고원에 배치된 이스라엘 방공 진지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드론을 여러 대 발사했다고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민간인 보호를 위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2024.04.05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베냐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스라엘 항공당국은 이번 공습에 대응해 현지시간으로 14일 0시 30분부터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인접국 이라크와 시리아, 요르단 등 상공에서는 미국과 영국 전투기가 이란이 쏜 드론 일부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과 이라크는 영공을 폐쇄했고, 이집트도 방공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미국과 영국 등도 이스라엘 방어 지원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후에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급한 이스라엘의 방어에 집중하는 가운데 이번 이란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이 더 큰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뒤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난 막 국가안보팀을 만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업데이트를 받았다"며 "이란과 이란 대리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우리 공약은 철통같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에 관련된 컨테이너 화물선을 나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델라웨어 별장에서 백악관으로 급거 복귀했다.

이번 보복은 이란이 예고한 대로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피격에 따른 것이나, 후폭풍 등을 감안해 그 수위를 미세조정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란의 이번 공격이 민간 혹은 종교 시설이 아닌 정부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중동 지역의 미군 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ABC뉴스도 이스라엘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의 군사시설만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현실화할 경우 맞대응을 예고해온 상황에서 실제 이스라엘 대응 수위가 향후 확전 여부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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