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맨해튼 상징 된 마리화나 냄새
뉴욕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자유의 여신상, 타임 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한 지면을 가득 채워도 모자를 만큼 뉴욕의 상징은 다양하다. 다만 최근 뉴욕을 찾는 사람들에게 연상되는 것 중 하나로 마리화나(대마초)가 주요 목록에 올라갈 듯하다. 그만큼 대마초 흡연은 뉴욕 내에 만연해 있다. 뉴욕주는 대마초 금지 정책보다는 개인의 자율에 기반한 통제, 합법적 규제 영역 내 관리가 낫다는 판단 아래 2021년 3월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4개 주가 대마초를 합법화한 만큼 뉴욕주의 결정이 미국 내에서 특이한 행보는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대마초 합법화 정책의 그림자 역시 짙다는 점이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규제의 영역으로 편입하고, 세수를 확대하는 측면도 있으나 다른 독성 마약 소비를 부추겨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당장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로는 뉴욕 곳곳에서 마주하는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다.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맨해튼에 나가면 거리 곳곳에서 대마초 냄새가 진동해 가족 모두 코를 찡그리기 일쑤다. 뉴욕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이나 광장을 제외하고 흡연이 가능한 어디서든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대마초를 흡연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욕에서는 대마초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탐 해리스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 회장은 "우리는 타임스퀘어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대마초 냄새가 널리 퍼져 있다는 수많은 불만을 접수하고 있다"며 대마초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가 최소한 대마초를 흡연할 수 있는 권리만큼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뉴욕에서 대마초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무분별한 대마초 흡연과 이로 인한 냄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뉴욕의 공인 대마초 판매점 매출은 8500만달러로 지난해 4분기 6200만달러 대비 한 분기 만에 32% 급증했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불법 대마초 판매량까지 감안하면 뉴욕의 대마초 흡연량 증가폭은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 시내에서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은 100여곳에 불과한 반면, 맨해튼과 브루클린 등 뉴욕시 내 5개 자치구에는 무허가 대마초 상점이 8000여개가량 성업 중이다.
뉴욕주 의회는 이 같은 문제를 뒤늦게 깨닫고 지난해 공공장소에서 대마초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마초 간접흡연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며 주거지에서의 대마초 흡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구 밀도가 높고 다세대 주택이 많은 뉴욕에서는 실내 대마초 흡연자 급증과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 포스트는 최근 대마초 냄새로 고통받는 뉴요커들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며 이들이 메스꺼움, 알레르기성 가려움, 목 통증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D.C.에서는 70대 여성이 이웃의 대마초 흡연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반면 대마초 흡연자들은 공공장소는 물론 집에서도 소비가 금지된다면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할 이유가 없다고 맞선다.
정책 설계자들과 학계에서도 대마초 합법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이유로 마약과 같은 상품을 제도권 내에서 일부 흡수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는 이 같은 이유로 1976년부터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또 다른 이들은 간접흡연에 따른 부정적 외부효과 외에 대마초 흡연자가 결국 헤로인과 같은 독성 마약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마약류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어떤 주장에 손을 들어줘야 할까.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정책적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 다만 대마초를 합법화한 이상 적어도 간접흡연을 피할 권리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음주 규제가 힌트가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주류 소비 자체는 합법이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엄격히 금지된다. 맨해튼 거리 곳곳에서 지독하게 코를 찌르는 대마초 냄새를 맡다 보면 대마초 흡연에도 공공장소 내 소비를 금지한 음주 규제가 준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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