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리가 그린 고양이 왕은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마루 2024. 4.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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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셀린 리가 제레미 모로와 함께 만든 첫 동화책 <고양이 왕>
왕관을 쓴 모습이 제법 사랑스러운 노란 고양이 왕의 탄생.

2019년도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하고 있지만 동화책을 내는 건 처음이다

책을 내는 것은 오래전부터 꿈꿨던 일이다. 강아지 티스푼과 고양이 루 그리고 마을의 다른 동물 친구들 이야기를 천천히 그리던 중에 〈고양이 왕(Le Roi-Chat)〉 작업을 하며 동화책 구성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

책은 프랑스에서 지난 3월에 출간됐다. 글을 쓴 제레미 모로는 앙굴렘 국제만화제 수상, 국내에도 출간된 〈표범이 말했다〉로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 어덜트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어느 날 제레미에게 함께 동화책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메시지가 왔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글을 보내줬는데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듯 생생했다. 특히 자신을 왕으로 여기던 고양이가 어떤 계기로 좌절을 맛보고 성장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작업자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특별한 지점은

한 고양이의 성장을 그린 책이다. 인간 관점이 아닌, 자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동물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나도 작업하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시각을 느꼈다. 한국에서도 출간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길.

제임스 모로의 글에 셀린 리의 따뜻한 상상력이 입혀진 책은 3월,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한 점으로 완결된 일러스트레이션과 책 작업은 무엇이 다른가

통일된 색상과 분위기로 여러 장을 그려야 한다는 점.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한 그림체를 유지하고, 앞에 작업한 그림을 참고하며 다음 장을 그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요령이 생겨 앞부분 몇 장은 새로 그리기도 했다.

영국 아트 잡지 〈The Block〉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피터 도이그, 박찬욱, 사울 라이터 등 영감의 원천이 다채롭다. 궁극적으로 어떤 창작물에 매력을 느끼나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감정인 사랑을 비롯해, 사람들의 감정과 연대를 그리거나 자연을 찬양하는 작품들. 최근 가장 와 닿은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처음 독일 땅을 내려다보게 됐던 허세가 순수한 숲과 땅, 드넓고 붉고 푸른 농지와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같이 산업화된 도시를 ‘독일이라는 얼굴에 난 작은 주근깨’라고 표현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셀린 리가 틈틈이 작업한 동물 일러스트레이션.

독일 오펜바흐 예술대학에 다녔고 현재 런던에서 일하지만 서울도 자주 오간다. 특히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이하 ‘서일페’)는 매년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다

‘서일페’는 관객과 소통하며 피드백을 곧바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동력을 얻는다. 페어 때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내 그림을 집에 걸어둔 뒤, 비로소 이 공간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닌 자신을 맞이해 주는 ‘집’ 같이 느껴졌다고 한 글. 그리고 국내 행사에 참가할 때 매번 찾아와 주는 분들도 계신데 그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작업하고 연구한다.

2022년에는 서울에서 120여 점을 모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토록 성실하게 작업하는 동력이 있을까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느끼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나를 계속해서 창작활동으로 이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캔버스 앞에 앉는다.

많은 사랑을 받은 숲과 고양이 일러스트레이션.

최근 새롭게 피사체로 매력을 느낀 대상

지금 사는 집 앞에 넓은 공원이 있는데 꽃 대신 다양한 모양의 큰 나무들이 곳곳에 서 있다.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것 같은 나무줄기와 바람에 흩날리는 작은 나뭇잎을 보면 새로운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 마음속 ‘고양이 왕’은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뮤즈였던 곰고미. 얼마 전 열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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