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해도 남의 물건을 훔치는 '병적 도벽', 어떻게 치료해야할까?

이슬비 기자 2024. 4.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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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A씨는 부족함이 없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잦았다.

병적 도벽은 금전적인 목적이 없는데도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도둑질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애착을 받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공허함과 불안감이 생기고, 이때 애착 대상이 가족에게서 물질로 옮겨가면 물건을 계속 훔치는 병적 도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병적 도벽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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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적 도벽’은 물건을 훔치고자 하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일종의 충동조절장애로 볼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30대 A씨는 부족함이 없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잦았다. 학창 시절에는 친구 가방에 여러 차례 손을 대 교내봉사 징계를 받았고, 성인이 돼서도 물건을 훔치다 수 차례 적발돼 교도소 신세를 지기도 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절도하는 A씨는 전형적인 ‘병적 도벽’ 환자다. 병적 도벽은 ‘정신적 장애’다. 방치하기 보단 증상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병적 도벽은 금전적인 목적이 없는데도 물건을 훔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도둑질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일종의 충동조절장애로, 절도 행위가 가져다주는 긴장감, 기쁨, 충족감, 안도감 등을 느끼기 위해 반복된다. 이들에게 절도의 목적은 물건이 아닌 ‘행위’ 그 자체다. 정작 훔친 물건에는 관심이 없어 남에게 주거나 제자리에 되돌려놓기도 한다. 물건을 충동적으로 훔치기 때문에 범죄는 계획적이지 않으며, 주로 단독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병적 도벽은 전 인구의 0.3~0.6%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여성이 조금 더 많다고 알려졌다.

병적 도벽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부모의 이혼, 가족의 죽음, 가정불화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작용해 청소년기부터 도벽 증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애착을 받지 못하면 견딜 수 없는 공허함과 불안감이 생기고, 이때 애착 대상이 가족에게서 물질로 옮겨가면 물건을 계속 훔치는 병적 도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한 심리적 결핍감을 채우기 위해 절도를 저지르기도 한다. 유전적 요소도 관여할 수 있는데, 도변 환자의 가족 중엔 충동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다.

병적 도벽은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물건을 훔치는 것만으로도 문제인데, 절도 후 적발이 불안과 우울, 죄책감 등을 유발하고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증상이 의심되는 즉시 병원을 방문에 치료받아야 한다. 자신과 타인의 이익이라는 뚜렷한 동기 없이 2회 이상 절도 행위를 하고, 절도 전 강한 충동과 절도 후 해소감을 느낀다면 병적 도벽을 의심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정신 치료나 인지행동치료로 절도 행위를 교정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통 약물을 사용해 충동을 억누르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개선 의지다. 충동을 억누르기 위한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유아기에 발생하는 병적 도벽을 치료하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너는 나쁜 아이야” 등의 훈계 방식은 문제 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에게 확실히 도둑질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당분간은 자녀의 물건 속에 타인의 물건이 섞여 있는지 가끔 점검하는 방법을 병행한다. 부모의 노력에도 아이의 절도 행위가 계속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가까운 소아정신과를 찾아 상담·치료를 받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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