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엘도라도는 아프리카 ‘말리’ 제국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최근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린 미국 프로야구 개막전 서울시리즈 경기가 해외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과 일본 방송 중계를 통해 우리나라 야구장의 다양한 먹거리가 소개됐고 특유의 응원 문화도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각 팀마다 특색 있는 응원곡이 유명한데요. 수년 전 저작권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부 노래는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갈매기’가 극적으로 돌아오더니 올해는 삼성 라이온즈의 대표 응원곡 ‘엘도라도’가 부활해 화제입니다.
문득 이 노래의 시작점이 궁금해졌는데요. 찾아보니 독일 레게 댄스 그룹인 굼베이 댄스 밴드(Goombay Dance Band)가 1981년 발표해 큰 인기를 끈 추억의 팝송이더군요.
다만 신나고 장엄한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매우 슬픕니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를 찾아 멕시코에 온 스페인 군인들은 멕시코인 모두를 고통과 피의 바다로 내몰았는데 이들은 엘도라도를 평화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의미심장한 내용입니다.
1519년 신대륙에 존재한다는 황금의 도시를 찾아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린 스페인 원정대 청년 대부분은 귀족 자제였습니다. 하지만 장남이 아닌 탓에 지위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해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이들이 많았다죠. 저마다의 사정이 있던 인생이었던 겁니다. 여튼 이들의 야망은 대서양을 넘어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하는 ‘폭력’으로 변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죠.
더 안타까운 건 이들이 아메리카에 존재한다고 믿은 황금 도시 전설이 사실 잘못 전해진 소문이었다는 겁니다.
소문에 과장 더해진 ‘엘도라도’
진짜 엘도라도는 서아프리카 말리, 모리타니, 세네갈, 감비아, 기니, 부르키나파소 등을 아우르던 말리 제국(1235~1670년)의 수도 ‘통북투’였습니다. 말리 제국 9대 황제 만사 무사(출생연도 불명~1337년, ‘모세 황제’라는 뜻)는 추정 재산이 575조원으로 역사상 가장 부자였다고 합니다. 당시 말리 제국에서 캐낸 금이 전 세계 금의 절반이었는데요. 개도 황금 목걸이를 하고 다닌 황금의 도시였습니다.
당초 만사 무사는 황제가 될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직전 8대 황제 ‘무함마드 이븐 가오 케이타’는 대서양 건너 미지의 세계가 궁금해 탐험대를 보냈는데 실패하고 되돌아오자 역정을 내며 “세상의 끝이 어딘지 직접 알아보겠노라”며 1312년 2000척의 배를 이끌고 출항하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섭정을 맡았던 친척 만사 무사가 졸지에 황제에 올라 평안한 일상을 보냈다고 하죠. 그러다 “나는 독실한 무슬림으로서 메카 순례를 해야겠다”며 1324년에 800명의 아내와 1만2000명의 노예 등을 이끌고 순례를 하면서 500마리 낙타에 실은 142t의 황금을 여행길에 뿌렸다고 하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초호화 해외 관광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지중해 건너 베네치아 상인들에까지 전해졌는데요. 세월이 지나면서 소문에 과장이 더해지고, 잘못된 정보가 더해진 겁니다.
이후 스페인 침략자들은 황금 도시를 찾고자 인생을 걸었고 일부는 실제 부자가 되는 행운을 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에는 이들의 추악한 악행만 기록됐죠. 명예를 더럽힌 겁니다.
이를 보며 괜히 현대사회가 떠올랐는데요. 최근 많은 젊은이가 취업난과 높은 집값에 절망해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각종 베팅을 한다죠.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다 보니 500년 전 엘도라도 열풍과 묘하게 겹쳐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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