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이 꿈꾸는 법꾸라지 본색 [‘할말 안할말’…장지호의 ‘도발’]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피의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두고 일부 피해자가 외치는 절규다.
권 씨는 가상화폐의 기술적 사기 행각으로 400억달러(약 53조원)의 투자자 자산을 날리고 최소 462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자산 시장에 큰 손해를 끼친 권 씨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미국 또는 한국 어느 쪽으로 송환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권 씨 측 변호인이 강력하게 한국행을 주장한다니 아이러니하게도 송환을 추진해온 우리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권 씨가 한국행을 원하는 첫째 이유는 미국보다 약한 국내 형량 체계다. 뉴욕 연방 검찰은 지난해 3월 권 씨를 증권 사기 2건, 상품 사기 2건,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2건, 사기 음모, 시장 조작 음모 등 총 8가지로 형사 기소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증권 사기 혐의로 민사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미국의 경우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권 씨는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하다.
반면, 국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사기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다. 이론적으로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더라도 현재까지 경제사범에게 내려진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확정된 징역 40년이다. 유독 경제사범에게는 법정형 하한선보다도 낮게 선고하는 재판부 풍토를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 이유는 가상화폐를 규정하는 방식의 차이다.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를 증권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자본시장법 적용이 가능할지부터가 불분명하다. 가상화폐가 증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법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은 이미 SEC와 현지 검찰이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선제적으로 내렸다. 법리 논쟁에서 권 씨에게는 당연히 한국이 유리하다.
검찰은 권 씨의 재산 71억원을 포함해 공범 재산 2400억원 상당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유죄로 확정되면 국내 피해자 배상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권 씨가 그렇게 간절히 한국행을 원하는 가장 중요한 세 번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미 ‘대장동·위례·백현동’ 재판이나 ‘대북 송금 의혹’의 이화영 재판에서 화려하게 선보인 수사 재판 지연 전략이 권 씨 재판에서 총출동될 것이다. 막대한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권 씨가 고액의 법률 자문에 힘입어 공판 연기 신청부터 변호인 교체는 기본, 법관 기피와 보석 청구를 거쳐 위헌 법률 심판 제청까지 동원될 것이다. 급기야는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재판에서와 같이 UN에 재판 중단과 제3국으로의 망명 지원 요청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구속되더라도 몇 개월 뒤에 풀려난 불구속 상태 권 씨가 세월아 네월아 속절없이 시간만 축내는 동안, 피해자의 애간장만 끓을 것이니 오죽하면 차라리 미국으로의 인도를 원하는 이들이 많겠는가.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메이도프는 650억달러 사기 행각으로 70세 고령임에도 150년형을 선고받아 가석방 없는 수감 생활 끝에 교도소에서 82세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도 이제는 의도적인 금융 범죄는 살인만큼이나 엄하게 다뤄야 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경제 사기 여파는 불특정 다수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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