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의대교수 겨냥 "착취 관리자"…의료계 "내부총질" 격앙
의대 교수를 겨냥해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이라고 비판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소셜미디어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사제지간 아니라면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 없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오고 있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2천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사를 링크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기사 본문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적었다.
박 위원장이 쓴 글은 링크한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 의료 공백 상황의 해결을 위해 의료계가 결속하는 상황에서 의대교수들과 병원을 비판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의대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료계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다치는 일을 막겠다고 강조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고 의료계의 결속을 모색해왔다.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대립하는 가운데 박 위원장이 SNS 글이 알려진 뒤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종일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올린 포스팅 때문에 시끄러웠다"며 "교수들도 더 이상 참지 않고 (전공의의) 저항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직접 쓴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문단을 복사해 넣은 것은 그 부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라며 "워딩의(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은 윤 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며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는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지난해 제27대 대전협회장으로 당선된 박 위원장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140분간 면담을 하기도 했다. 당시 만남 이후 박 위원장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부정적인 의견을 비춘 바 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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