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 정규재의 충고 "5.18 북괴군 개입설 벗어나자"
[임병도 기자]
▲ 보수유튜버 정규재씨가 방송에서 보수행동지침을 말하는 모습 |
ⓒ 정규재TV 유튜브 갈무리 |
지난 10일 보수의 대표적인 논객 중 한 명인 정규재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보수 10대 행동강령 무장하고 새 출발하자'라는 제목으로 '보수 행동 지침'을 제안했습니다.
정씨의 '보수 행동지침'은 의외로 진보 성향의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됐습니다. '보수 행동지침'이 무엇인지, 왜 누리꾼들이 고개를 끄덕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보수 유튜브' 중독을 극복한다
정규재씨는 보수 유튜브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유튜브 채널들이 "우리가 잘한다. 우리가 최고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압승을 할 거다"라고 떠들었다면서 자신이 몸담았던 보수언론인 '펜앤드마이크'까지도 그런 논조를 유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유튜브 시청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2. 부정선거, 518 북괴군 특파설에서 벗어난다
정규재씨는 "보수가 그나마 얼마 남지 않는 자원들을 부정선거와 5.18 북괴군 개입설 등의 음모론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으면 젊은 사람들이 뭐라 그러겠나"라며 음모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3. 자신 속 권위주의적 세계관을 벗어던진다
정씨는 권위주의적 세계관을 벗어던져야 한다며 이준석 경기 화성을 당선인이 국민의힘에서 쫓겨날 때 "온 틀딱(노인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나서 가지고 이준석이 싸지가 없느니 뭐가 없느니 하고 욕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욕을 해댔지만 결과가 지금 뭡니까. 숫자"라며 "자신 속의 권위주의적으로 뒤틀린 독재 심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준석 당선인의 화성을 당선 결과를 보라고 말했습니다.
정씨는 보수가 갖고 있는 세계관이 있다면서 "예를 들어 전두환이 다른 건 나빴지만 경제는 살리 않았나, 전두환이 영웅이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잘했다. 국가 주도 경제개발을 해서 잘한 것도 아니다"라며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론에 대해 공부한다
정규재씨는 보수라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론을 공부해야 한다며 영국의 경제학자인 하이예크를 추천합니다. 특히 "내가 우파인데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파노릇도 그만둬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비판하는 책으로 자유주의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책입니다.
5. 좌파 친구들과 반드시 대화한다
정씨는 "좌파 친구들과 반드시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그들을 가리켜 "빨갱이지, 간첩이지" 비난하는 말을 멈출 것을 당부합니다. 맹목적인 비난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게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6. 하나 이상의 시만단체에 가입해 회비를 내고 활동한다
7. 단체활동을 할 때는 절대로 간부가 되려거나 싸우지 마라
정규재씨는 하나 이상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것을 권유합니다. 하지만 단체에 들어가서 활동할 때는 간부가 되려고 싸우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그는 "지금 우파 단체들 몇 개가 만들어져 있는데 조그만 단체가 서로 대장 노릇하려고 싸우느라 엉망이다. 그런 조직력으로 뭘 하겠느냐"라고 지적했습니다.
8.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
9. 한 달에 하나 이상의 공부 모임에 참여해 공부한다
정씨는 "한 달에 한 권 이상 책을 읽고 하나 이상의 공부 모임에 참여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강의를 듣거나 새로 나온 도서를 보고 공부를 한 일이 없다면 우파를 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0. 악성 댓글을 쓰지 않는다
정규재씨는 악성 댓글을 다는 행위에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그는 "요즘 우파들 보면 이쪽저쪽 SNS 다니면서 욕을 한다", "욕을 하는 걸 가지고 자기가 오늘 하루에 애국 활동을 한 것으로 느낀다"며 악성 댓글 다는 것이 우파 활동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파가 새 출발 못하면 국민의힘 제대로 설 수 없어"
정규재씨는 '보수행동지침'을 설명하면서 "우파 국민들이 새 출발을 하지 않으면 보수당이, 국힘당(국민의힘)이 제대로 설 수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데려올 때 자신이 반대를 했다"면서 "헌법에 국민의 자유권은 검찰권에 대한 자유권으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정치 검찰이 돼 가지고 검찰권을 행사하던 사람이 국민의 대표가 된다면 문민정치가 아니다. 그래서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이라는 사람은 보수를 괴멸시킨 장본인이자 문재인의 칼"이었다면서 "그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잘못 모셔와 이렇게 참담하게 무너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는 "목적이 옳다고 아무 수단이나 동원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우파가 아니다"라며 "좌파는 목적을 위해서 어떤 수단과 방법이라도 좋다고 하기 때문에 거짓말도 해서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어 "우파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 소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우파는 파시즘이 된다. 지금 국힘당이 파시즘에 가깝다"고 경고합니다.
정씨의 '보수 행동지침'은 우리나라의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과 갈등 속에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정치 유튜브가 범람하는 시기에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정규재씨는 한국경제신문의 주필을 지냈으면 2012년부터 인터넷 팟캐스트 '정규재TV'를 진행하다 퇴사하고 '펜앤드마이크'를 설립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시 박 대통령과 첫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4.10 총선을 앞두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는 망했다. 보수는 저질이다. 보수는 부끄러운 집단일 뿐"이라는 자조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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