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매직' 이긴 '태하드라마'...포항, 서울과 난타전 끝에 4-2 승리 [현장 리뷰]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환 기자) 또다시 드라마 같은 경기였다.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감독의 '태하드라마'가 FC서울 김기동 감독의 '기동 매직'을 이겼다.
'김기동 더비'로 주목받은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포항은 선제골을 넣은 이후 서울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후반전 투입된 이호재의 동점골과 수비수 박찬용의 환상적인 역전골, 그리고 정재희의 쐐기골에 힘입어 적지에서 드라마를 썼다.
포항은 이번 승리로 6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고,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박태하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13일 오후 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7라운드에서 난타전 끝에 짜릿한 4-2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최철원이 골문을 지켰고 강상우, 술라카, 권완규, 최준이 수비진을 구성했다. 3선에는 기성용과 류재문이 배치됐다. 일류첸코가 최전방에 섰고 손승범, 팔로세비치, 조영욱이 2선에서 일류첸코를 지원했다.
포항은 4-4-2 전형을 꺼냈다. 황인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완델손, 박찬용, 이동희, 그리고 신광훈이 수비를 맡았다. 백성동과 김인성이 측면에 섰고, 오베르단과 한찬희가 중원을 구축했다. 전방에서는 허용준과 조르지가 호흡을 맞췄다.
경기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서울과 포항은 강도 높은 압박을 주고 받으며 공격적으로 나섰다. 선제골이 분위기를 가른다는 걸 아는 듯한 경기 운영이었다.
먼저 좋은 기회를 잡은 건 서울이었다. 전반 13분 서울이 높은 위치에서 압박으로 공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고, 팔로세비치가 먼 거리에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강타하고 나와 아쉬움을 삼켰다. 포항은 전반 14분 김인성의 슈팅으로 맞섰지만 김인성의 슈팅은 수비에 맞았다.
서울이 앞서가지 못한 사이 포항이 먼저 리드를 가져왔다. 세트피스에서 두 팀의 희비가 갈렸다. 경기 전 박태하 감독이 컨디션이 올라왔다고 이야기한 허용준이 득점의 주인공이었다.
전반 15분 백성동이 올린 코너킥이 허용준에게 향했고, 허용준이 발을 뻗어 골망을 흔들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지난 경기에 교체로 투입돼 감각을 끌어올린 허용준은 603일 만에 K리그 복귀골을 쏜 뒤 전 스승 김기동 감독이 보는 앞에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서울은 좀처럼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류재문과 기성용이 번갈아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며 후방 빌드업에 가담하고, 강상우와 최준이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힘을 보탰으나 포항의 수비를 뚫는 데 힘들어했다. 전반 33분 일류첸코가 박스 안에서 공을 잡기는 했지만 돌아서지 못해 슈팅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선제골로 여유가 생긴 포항은 서울의 공격을 막은 뒤 낮은 위치부터 적절한 템포를 유지하며 공격을 조립했다. 조르지가 깊숙한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운반했고, 측면 자원들의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을 펼쳤다. 포항은 급할 이유가 없었다.
답답한 쪽은 서울이었다. 서울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중거리 슈팅으로 기회를 엿봤다. 전반 39분 최준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이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포항 골문을 노렸지만 수비 맞고 굴절돼 황인재가 처리했다. 전반 43분 박스 안에서 손승범이 시도한 슈팅도 수비에 막혔다.
전반 추가시간은 2분이었다. 서울은 전반전이 끝나기 전 동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계속 포항의 수비를 두드렸다.
결국 서울이 전반 종료 직전 균형을 맞췄다. 전반 추가시간 2분 박스 왼편에서 얻어낸 프리킥 키커로 기성용이 나섰다. 기성용에 킥에 이은 권완규의 헤더는 골대에 맞았지만, 흐른 공을 손승범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해 골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오산중과 오산고를 거쳐 지난 시즌 서울에 입단한 손승범은 대구FC전에 이어 포항전에서도 선발 출전, 중요한 순간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터트리며 홈 팬들 앞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서울은 손승범의 동점골 덕에 후반전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전반은 1-1로 종료됐다.
포항이 먼저 변화를 줬다. 포항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찬희, 허용준을 김종우, 어정원과 바꿨다. 서울도 이른 시간 교체를 준비했다. 몸을 풀던 김진야와 윌리안이 후반 10분 손승범, 류재문을 대신해 들어갔다.
교체 투입된 윌리안은 후반 13분 박스 바깥쪽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윌리안의 슈팅은 포항 수비가 몸으로 막아냈다.
포항이 교체카드를 더 썼다. 포항의 특급 조커인 정재희 카드를 꺼냈다. 후반 14분 김인성이 빠지고 정재희가 들어왔다.
포항은 후반 15분 동료들과 연계를 통해 공간을 연 오베르단이 박스 안에서 시도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최철원이 뛰어올라 쳐냈다. 위기를 넘긴 서울은 일류첸코를 중심으로 역습을 전개했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막혔다.
서울도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7분 김진야가 박스 안에서 때린 슈팅은 황인재에게 막혔고, 이어 일류첸코와 조영욱이 발을 뻗었지만 포항 수비가 걷어냈다. 이를 기성용이 잡아놓고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조영욱에게 맞고 말았다.
계속 두드리던 서울이 기어코 포항 골문을 열었다. 김기동 감독의 교체카드인 윌리안이 역전골을 터트렸다.
후반 20분 강상우가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내준 컷백 패스를 포항 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를 뒤에서 쇄도하던 윌리안이 밀어 넣었다. 서울은 윌리안의 골로 역전에 성공했다.
포항은 실점 이후 백성동을 이호재와 교체하며 후반전 필승 조합으로 자리잡은 '이호재-정재희' 라인을 가동했다.
서울이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역전골의 주인공 윌리안이 이번에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완벽하게 놓쳤다. 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깔리는 패스가 반대편으로 향했다. 이 공이 일류첸코를 거쳐 윌리안에게 왔다. 하지만 골문 바로 앞에서 시도한 윌리안의 슈팅은 골문을 외면했다.
포항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포항이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이번에는 박태하 감독의 용병술이 먹혔다. 이호재였다.
후반 28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완델손이 반대편을 보고 얼리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이호재가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했다. 이호재의 슈팅은 서울 골문 우측 하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태하드라마'의 시작이었다. 포항이 재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32분 포항의 코너킥 이후 완델손이 공을 잡아두고 이호재의 득점 장면과 비슷한 위치에서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를 박찬용이 뒷발로 방향만 바꾸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서울 골망을 갈랐다.
서울이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후반 35분 기성용이 올린 프리킥이 일류첸코에게 향했고, 일류첸코의 헤더가 나왔으나 황인재가 잡아냈다. 그럼에도 득점이 터지지 않자 후반 43분에는 교체 투입한 김진야를 다시 불러들이고 공격수 김신진을 투입해 공격에 무게를 실었다.
후반 추가시간은 7분. 서울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코너킥에서 나온 일류첸코의 헤더는 골대를 때렸다.
오히려 포항이 쐐기를 박았다. 후반 추가시간 4분 역습 상황에서 정재희가 시도한 슈팅이 최철원 손에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스코어는 4-2. 서울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울은 골키퍼를 제외한 전원이 포항 진영에 머무르며 끝까지 공격을 시도했다. 포항은 조르지를 조성준과 교체해 수비를 강화, 경기 마무리를 준비했다.
결국 경기는 포항의 4-2 승리로 마무리됐다. 첫 '김기동 더비'의 승자는 포항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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