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대처 사역 체계화·공교회성 강화하자”
“보편성·당위·객관성 갖춘 이단 규정 기준 마련 필요”
교회 넘어 국가·사회와 상호 협력 중요 목소리도
한국사회를 위협하는 이단·사이비 종교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공신력 있는 연구 발표와 정보 제공에 나설 학회가 창립됐다.
한국기독교이단연구학회(학회장 유영권 목사)가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김학유 총장)에서 창립·학술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에서는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연합, 나아가 국가·사회와의 상호 협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회장 유영권 목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이단 규정의 80%가 1990년~2020년 사이에 이뤄졌다. 지금이 한국교회가 이단 세력의 존립을 좌우할 기회이면서 연합, 대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유 목사는 “이단의 규모와 조직이 커지면서 조직적이고, 이론적으로 거센 저항을 하는 데 반해, 정통교회에서는 아직도 이단 전문가들의 개인 연구에 의존도가 높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통 신학자들의 신학적 판단과 평가에 근거한 자료와 이단 연구가들의 공신력 있는 발표를 한국교회와 공유하며 이단에 강력히 대처하고자 학회를 창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단에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각 교단이 통일된 이단 규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위와 보편성, 객관성을 갖춘 기준안이 마련돼야 이단들이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또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정확한 이단 정보를 제공하며, 신학교 내 이단 대처 과목 개설을 통한 예비 목회자 교육과 전문 신학자 양성에도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 목사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마련된 정보와 지식을 담은 자료들을 한국교회에 널리 제공해 연합 전선을 구축·대처하도록 도울 것이다”며 “이단에 관한 자료가 충분한 현장 관찰과 검토 그리고 충분히 갖춰진 신학적 평가를 통해 제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학술회에서는 초대교회부터 중세,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회와 사회를 위협한 이단들과 시대별 대처법이 안내됐다.
한국이단상담목회연구소 대표 강경호 박사는 초대교회가 당시 이단에 대처하며 얻은 결과물로 정경과 사도신경을 꼽았다. 그는 “초대교회는 정경과 사도신경 같은 고백서나 교리를 체계화하고, 교육하며 이단에 대비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초대교회 당시와 유사한 이단 교리로 신자들을 미혹하는 이단들이 여전히 많다고 강 박사는 분석했다.
강 박사는 오늘날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상으로 2세기 때도 성행했던 영지주의를 꼽았다. 그는 “영지주의는 신자들이 ‘영적인 지식’(깨달음)과 ‘영적인 안내자’(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신성이 되살아나 우주의 궁극적 신성과 일치됨을 누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신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신인합일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단연구전문위원 이덕술 박사는 16세기 성경 해석과 구원관 등에 있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며 마찰을 빚은 종교개혁자들과 로마가톨릭교회를 비교했다. 다만 이 박사는 교회와 교인의 구분은 필요하다고 봤다.
이 박사는 “교회 개혁에 있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 장 칼뱅도 로마가톨릭에 ‘교회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자료에 따르면 많은 로마가톨릭 교인들, 특히 미국 교인들이 개인적, 내면적으로는 복음주의의 주요 교리를 받아들이고 있다”며 “복음주의적 프로테스탄트들은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그 교회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예의 주시하며 교회와 교인을 구별해서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대 한국교회의 이단 현황과 대처를 분석한 현대종교 이사장 탁지일 박사는 무엇보다 국가, 교회, 학계의 광범위한 상호 협조가 중요하다고 봤다. 탁 박사는 대표 사례로 영국 런던경제대학 아일린 바커 교수의 ‘INFORM(인폼·종교운동전문정보네트워크)’ 활동을 꼽았다. 인폼은 국가와 교회, 관련 학계가 공동으로 지원·운영한다.
탁 박사는 “어느 한쪽의 영향력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과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이러한 연구 기관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교파, 사회 이익 집단, 국가 기관이 이러한 연구 기관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또 객관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받아 각자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며 “이러한 활동이 교회와 사회의 신뢰를 쌓아 갈 때 반사회적이고 범죄적인 신흥종교 단체들과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소멸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21세기 한국교회의 이단연구는 이단 비판과 대처를 넘어 이단 피해의 회복과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단 대처의 본질은 ‘정죄’와 ‘분리’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이다”고 덧붙였다.
각 발표를 놓고 김지훈 신반포중앙교회 목사와 박상봉(합동신학대) 이성호(고려신학대) 교수가 논평했다.
이날 행사에는 변세권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 총회장,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 석좌교수, 정동섭 전 한국침례신학대 교수,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장, 성희찬 예장고신 이단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제2차 학술회는 오는 11월 9일에 열린다. 주제는 킹제임스성경(KJV)이다.
수원=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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