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가 더 싸다? 똑같은 제품, 뜯어보면 속은 다르다
“지금까지 중국서 원가 500원짜리 떼어와서 5000원에 팔았던 거네?”
“중간 마진 많이 남기던 소매업자들 호시절 끝났네”
“어떻게 사든 어차피 다 메이드 인 차이나 아닌가?”
알리와 테무가 한국에 초저가 공세를 퍼붓기 전까지는 한국의 수입업자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나 쿠팡,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서 중국 제품을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C커머스의 초특가 공습이 시작되며 소비자들은 ‘겉보기에 같은 물건이 알리∙테무에서는 배송비를 포함해도 반값도 안 한다’며 그동안 물건 원가의 현실을 몰랐다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스토어나 오픈마켓을 통해 구매한 제품과 알리와 테무에서 구매한 제품, 같다고 볼 수 있을까? 결론은 ‘모두 다 같은 건 아니’다.
수입품의 유통 방식은 크게 ▲직구(직접구매) ▲구매대행 ▲제조·수입업자의 수입품 판매 ▲병행수입으로 나뉜다. 이 4가지 방식의 주요한 차이 중 하나는 국가통합인증(KC·Korea Certification) 여부다. 직구는 셀러와 소비자 사이의 거래로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아무 제재없이 구매할 수 있다. 구매대행 역시 유아용품과 식품, 일부 전기용품을 제외하고 KC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수입업자의 수입품 판매나 병행 수입은 기업간거래(B2B)에 해당하기 때문에 KC인증을 받지 않으면 유통할 수 없다.
여기서부터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중국 제품을 수입해 국내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기업들은 모두 정부가 요구하는 국가통합인증,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등을 받아야 한다. 중국 수입 상품으로 5년째 브랜드 상품을 운영 중인 A씨는 “중국 내수 상품과 국내 유통 상품은 제품 자체가 아예 다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제품의 내부 회로기, 반도체,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의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가 다르다"며 "관세, 부가세, 인증비용 등을 다 제외하고 최소 마진으로 판매 중이기 때문에 단순히 판매 가격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디자인이 같은 두 어댑터(제품명: 아이폰 HDMI+충전 젠더 2in1)의 성능 차이를 실험한 결과도 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에서 1만 2000원, 국내 플랫폼에서 2만 8000원에 판매 중인 동일한 디자인의 어댑터의 전송 속도를 측정한 결과 국내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의 전송 속도가 확연히 빨랐다. 알리 판매 제품은 안전 인증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제품이었다.
인증 절차의 유무는 가격과 직결된다. 제품에 배터리라도 하나 포함되면 속된 말로 골치가 아파진다. 전자 제품의 경우 전선 및 전원코드 안전인증 비용은 최소 53만원에서 170만원, 전기기기용 스위치가 포함된 경우에는 최소 106만원에서 295만원이 든다. 또 인증을 받는 데 2~3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도 소요된다. 특히 국내 전파 인증은 세계에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비용을 회수할 수도 없기 때문에 마진이 크지 않은 물건을 파는 업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합리적인 소비일까. 결과적으로 물건의 잦은 고장이나 신체적 피해 등 더 큰 비용을 치를 가능성은 높아졌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접수한 1372소비자상담센터 소비자불만 내역을 살펴본 결과, 알리 관련 소비자 불만은 2022년 93건에서 지난해 465건으로 1년 사이 5배나 증가했다.
안전 고리가 풀어지자 리콜 명령을 받은 제품도 시중에 떠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국내에서 유통 중이던 해외리콜제품(473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제품 중 가전·전자·통신기기 106건(22.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전·전자·통신기기의 리콜 사유는 전기적 요인(절연미흡, 기준 부적합 등)이 40건(37.7%)으로 가장 많았고, 제조 불량 등에 따른 고장이 25건(23.6%), 과열·발화·불꽃·발연이 17건(16.0%)을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중국산(138건)이 가장 많았다. 인증 절차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다.
2018년 전안법 개정 이후
인증 문턱 더 낮아지고 품목 다양해졌다
2018년 한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알리에게 날개를 달아준 건 전안법(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개정이었다. 이전까지 인터넷 구매대행업자는 안전관리대상인 250개의 품목에 대해 KC 마크가 표시된 것만 판매할 수 있었으나 전안법 개정안(2018년 7월 1일)이 발효된 후 ▲디지털 TV, 전기 청소기 등 가전제품 ▲성인용 의류·속옷, 침구류 등 가정용 섬유 제품 ▲가죽제품 ▲접촉성 금속 장신구 등 215개 품목에 대해서는 KC인증 없이도 구매대행이 가능해졌다.
이 시기 ‘차이슨’으로 불리던 저가 무선청소기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0%, 대형TV는 237% 폭증했고, 샤오미의 매출액도 200%이상 증가했다. 특히 직구 품목은 150달러(약 20만 원)를 초과하지 않으면 관세나 부가세 등을 내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이 시기 입소문을 잘 탄 몇 가지 종목 덕에 중국 제품의 ‘가성비’는 더욱 부각됐다. 가격 대비 쓸 만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이 무렵 높아지며 직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알리에게 이런 인식은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2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 직구 확산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320개사를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 기업의 29.1%가 ‘국내 인증 준수 기업 역차별’을 피해 유형으로 꼽았다. 조사 대상 기업의 42.5%는 ‘직구 상품의 국내 인증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실제 미인증 제품의 폐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 중이다. 지난 7일 인천본부세관은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성분을 분석한 결과 404개 제품 중 96개(24%)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피해를 보는 건 누구일까. ‘알테쉬 공습’에 소비자의 경계가 필요한 때다.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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