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중저가 와인? 칠레의 '고급스러운' 반란이 시작됐다. [쿠킹]
가성비 좋은 중저가 와인. 칠레 와인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하지만 지금, 그 수식어가 바뀌고 있다.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건 칠레의 150년 와인 명가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이너리. 5대 가족 경영에 섬세한 아로마를 내세우는 에라주리즈는 고급 와인 생산을 위해 2004년부터는 유럽 전통 와인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최고의 와인을 뽑는 ‘베를린 테이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칠레 와인은 유럽 와인들에 비해 생산 연도가 비교적 최근인 탓에 ‘숙성 잠재력’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와인 평론가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총 24회의 테이스팅에서 10번이나 1등으로 꼽히며 고급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에라주리즈의 '비네도 채드윅(Vinedo Chadwick)`에 100점을 주기도 했다.
최근 에라주리즈의 하이메 리베라 구즈만(Jaime Rivera Guzmán) 에라주리즈 아시아 디렉터가 한국을 찾았다. 2024 미쉐린 가이드 1스타 & 멘토 셰프 어워드에 선정된 중식당 '호빈(Hoabin)'과의 페어링 디너 행사를 하기 위해서다. 와인은 음식과 조화를 이뤘을 때, 극강의 미식 경험을 준다. 특히 이번 행사는 중식계의 거장 후덕죽 셰프의 코스 요리와 국내 미수입 와인을 포함한 에라주리즈 와인 5종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소식에 많은 미식가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이메 리베라 구즈만 디렉터는 "고급 중식 요리와의 페어링을 통해 에라주리즈의 고급 칠레 와인을 경험했으면 해 자리를 만들었다. 한국의 많은 미식가들이 칠레의 고급 와인을 대표하는 에라주리즈의 매력이 빠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후덕죽 셰프의 중식 요리와 에라주리즈 와인과의 조화를 살펴봤다.
1. 전채요리 광동식 비비큐 x 에라주리즈 메소드 트라디시오넬 엑스트라 브뤼 (ERRAZURIZ METHODE TRADICIONAL EXTRA BRUT)
"스파클링 와인이다. 과하지 않은 부드러운 버블감과 꽃 향이 나는 산뜻한 뒷맛 그리고 특유의 미네랄감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인에게 미네랄감은 생소할 수 있는데 ‘동전을 쥐고 있던 손에서 나는 향’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흔히 스파클링 와인은 해산물이나 치즈에 페어링하지만 엑스트라 브뤼 특유의 스파클링이 전채 요리로 나온 ‘광동식 바비큐’와도 잘 어울리며 부담스럽지 않게 속을 깨운다."
2. 파파야 새우완자 스프 x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2022 (ACONCAGUA COSTA CHARDONNAY)
"‘아콩카구아 코스타 샤르도네 2022’는 해안가 지역 아콩카구아 밸리인 ‘아콩카구아 코스타’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으로 약간은 비릿하다고 느낄 수 있는 오이 향 또는 신선한 굴 향이 인상적이었다. 떠오른 메뉴는 ‘파파야 새우완자 스프’였다. ‘와인과 국물이 어울릴까?’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달콤한 스프가 샤르도네 특유의 산미를 부각시켜줘 와인의 매력을 한층 느낄 수 있는 조합이다."
3. 호유 소스 통 전복 x 아콩카구아 코스타 시라 2020 (ACONCAGUA COSTA SYRAH)
"‘아콩카구아 코스타 시라’는 프랑스의 시라(Syrah) 품종을 칠레에서 최초로 재배한 레드 와인이다. 시라 품종은 후추 향이 나는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특징으로 보통 양갈비 등과 페어링 많이 한다. 이번 페어링 디너에서는 색다르게 ‘호유 소스 통 전복’이 합을 맞췄다. 시라 특유의 타닌 감과 허브 향은 간직하며 고급스러운 미네랄감이 더해져 굴 소스를 곁들인 싱싱한 전복과 독특한 조화를 이룬다."
4. 서시부용 게살제비집 x 카이 2010 (ERRAZURIZ KAI)
"‘카이 2010’는 에라주리즈 최초의 100% ‘까르메네르’ 품종 와인이다. 2010년 뉴욕과 홍콩에서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저명한 와인들을 제치고 1위를 수상했다. 카이의 매력은 까르메네르 특유의 적당한 타닌 감과 함께 어렴풋한 가죽 향과 흙 향이다. 페어링으로 ‘서시부용 게살제비집’을 만들었다. 부드러운 게살과 제비집의 식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오는 카이의 씁쓸한 초콜릿 향과 만나 훌륭한 풍미를 선사한다."
5. 어향소스 한우 소고기말이 x 돈 막시미아노 2016 (ERRAZURIZ DON MAXIMIANO)
"'돈 막시미아노’. 창업자 '돈 막시미아노 (Don Maximiano)'의 이름을 땄을 만큼 에라주리즈를 대표하는 와인이다.‘돈 막시미아노 2016’은 2023년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와인으로 선정될 만큼 훌륭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은은한 허브 향이 느껴지는 적당한 산도와 아로마로 깊은 와인 자체의 맛과 향이 강했다. 페어링으로 ‘어향소스 한우 소고기말이’를 선택했다. 달콤한 소스와 고기의 묵직함이 와인과 맛나 풍미가 더 깊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하이메 리베라 구즈만(Jaime Rivera Guzmán) 에라주리즈 아시아 디렉터가 참석자들의 테이블을 직접 돌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한국 와인 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에라주리즈 브랜드 매니저 은유경 차장은 "칠레 프리미엄 와인을 대표하는 에라주리즈의 국내 인지도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에라주리즈 와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친근함과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 들어온 칠레 와인이 유럽 와인 못지않은 고급 와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호빈 쿠킹 기자 kim.hobin@joongang.co.kr
김호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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