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교지 "한국의 검열, 도가 지나치고 있다"

박성우 2024. 4. 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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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 등 지적... "표현의 자유 탄압, 지도자 자질 부족" 비판

[박성우 기자]

   
 한국 정부의 검열을 비판한 기사는 HPR 누리집의 가장 메인 화면에 올랐다.
ⓒ 하버드 폴리티컬 리뷰 누리집 갈무리
 
하버드대 학부생들이 만드는 교지인 '하버드 폴리티컬 리뷰(HPR)'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의 검열이 강화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12일(현지시각) HPR은 '한국의 검열이 도가 지나치고 있다(Censorship in South Korea Has Gone Too Far)'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강성희·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한국의 검열 증가 보여주는 것"

기사는 지난 1월 18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에게 입이 틀어막힌 채 손발이 들어올려져 끌려나간 사건을 언급하며 "해당 장면은 동영상에 포착됐고 이후 퍼져나가 강 의원을 향한 대통령경호처의 가혹한 대우로 인해 윤 대통령에게 전국적인 비난을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이 사건에 대한 강 의원 인터뷰의 댓글에서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며 "정말 충격적이다. 독재나 다름 없다. 4월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고 피가 끓어오른다. 윤 정부 치하는 마치 40~5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을 옮겼다.

기사는 "대통령경호처장은 강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위협을 가했다는 주장으로 강 의원에 대한 처우를 정당화하려 했다"면서도 "강 의원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일반적인 불만을 언급하며 단순히 '국정 기조를 바꿔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유로 행사에서 쫓겨났다고 밝히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한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틀막' 사건도 조명했다. 기사는 "이 과잉 진압 사건은 안타깝게도 단발적이지 않았다"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카이스트의 학생이 국가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항의한다는 이유로 졸업식장에서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자는 윤 대통령과 경호처의 행동이 시위대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며, 한국에서 검열이 증가하는 더 큰 추세의 일부라고 주장하고자 한다"면서 "시위대가 소란을 일으켰을 수는 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위대가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호처는 시위대에게 정중하게 퇴거를 요청하는 대신 즉시 물리력을 사용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 신속하게 진압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전망했다.

"국민 안전보다 본인 자존심 더 중요하게 생각... 지도자 자질 부족하다"  

한편 기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면서 "한국은 검열이라는 이름으로 잔혹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군사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변모했다. 특히 한국은 언론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데 주력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계속 보호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검열 행위는 전두환 전 대통령만큼 충격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가 대통령으로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그는 국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직에 대한 비판을 듣기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싶어 한다. 그는 직함만 대통령일 뿐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사는 "앞으로 정부는 강 의원과 카이스트 졸업생에 대한 잘못된 처신을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이나 국가 운영 방식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의 협력과 공감 없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지속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강 의원 사건은 대통령이 국민의 입을 막아 물리적으로 침묵시킬 수는 있어도 미디어를 통해 이를 지켜보는 수백만 명의 눈을 가릴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일깨워준다"며 "사람들은 스스로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자존심을 버리고 시위대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사를 끝맺었다.

해당 기사는 13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HPR 누리집의 가장 메인 화면에 올랐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4월 28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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