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돈 '221억' 빼돌린 옛 통역사, 보석 석방…"오타니에 접근 금지"

최원영 기자 2024. 4. 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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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즈하라 잇페이와 오타니 쇼헤이.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A 다저스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돈에 손을 댔다가 기소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풀려났다.

12일(현지시간) AP와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로스앤젤레스(LA) 연방법원 판사는 미즈하라의 보석을 허용했다. 동시에 미즈하라에게 어떤 형태로든 이 사건의 피해자(오타니)나 증인과 접촉하지 말 것,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AP는 "미즈하라의 보석에는 2만5000달러(약 3500만원)의 보증금이 걸렸는데, 돈을 내지 않고 당사자가 서명하기만 하면 보석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미즈하라가 보석 조건을 위반할 경우 이 금액을 내야 한다.

미즈하라의 변호사는 판사가 내린 보석 조건에 대해 "(의뢰인이) 전적으로 그렇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미즈하라의 기소 인부 심리는 다음 달 9일로 정해졌다. 

미즈하라는 하루 전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이날 법원에 자진 출두했다.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나타난 그는 기소된 사건 내용과 보석 조건을 이해했는지 묻는 판사의 말에 "네(yes)"라고만 답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검찰은 미즈하라가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약 221억6000만원) 이상을 빼돌리고,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미즈하라를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18년 오타니가 애리조나주의 한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도왔다. 세부 개인 정보를 설정할 때도 통역을 해줬다.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뛰며 받은 급여를 이 계좌에 입금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2021년 9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에 손을 댔다. 몇 달 뒤부터 거액을 잃기 시작했고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 있는 연락처 정보를 자신의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로 변경하는 수법으로 2년여간 오타니를 속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미즈하라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타니의 예금 계좌에서 1600만 달러 이상을 몰래 빼돌려 도박업자에게 송금했으며 은행에 전화해 자신이 오타니라고 속여 은행 측이 거액의 송금을 승인하도록 했다.

또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오타니의 계좌를 이용해 전자상거래 사이트 이베이 등에서 야구 카드 1000장가량을 약 32만5000달러(약 4억5000만원)에 구매한 혐의도 받았다.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진 뒤 마권업자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을 통해 전해진 기소장 내용에 따르면 마권업자와 미즈하라가 주고받은 이메일에 이 내용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검찰은 오타니의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등을 토대로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및 채무 변제를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오타니를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결론지었다.

미국 연방 검사 마틴 에스트라다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실질적인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오타니의 은행 급여 계좌 개설을 도와줬다고 밝혔다. 또한 에스트라다 검사는 미국 현지 언론들을 통해 "오타니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로 간주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AP는 전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기소장에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행각과 재무 기록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며 그의 베팅 순손실액이 약 4100만 달러(약 568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즈하라는 도박을 통해 1억4200만 달러(약 1967억원)를 따고, 1억8300만 달러(약 2535억원)를 잃었는데 돈을 땄을 때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공식 입단식에 참석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그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모습. REUTERS/연합뉴스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미즈하라는 7살이던 1991년 부모와 함께 미국 LA로 이민을 갔다. 2007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 통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미즈하라는 2013년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으로 데뷔했을 때 구단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 오타니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는 2018년 에인절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자신의 전담 통역으로 미즈하라를 택해 동행할 정도로 강한 신뢰를 보냈다.

이후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생활 내내 통역을 담당하면서 유명해졌다. 오타니가 빅리그에서 유일무이한 투타 겸업 이도류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미즈하라도 함께 미디어에 노출되는 일이 잦아졌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최소 30만 달러(약 4억원)에서 50만 달러(약 7억원) 사이로 추정되는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 스포츠 구단에서 일하는 통역 중 최고 대우였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다저스 공식 입단식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 오타니 곁을 지켰다. 지난달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에도 함께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오타니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통역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와 그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훈련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미즈하라는 오타니를 배신했고, 오타니는 한국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미즈하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본 사실이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개 구단 선수, 프런트 등 구성원들이 야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불법 베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타니의 소속팀 다저스의 연고지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 도박이 불법이다.

미즈하라는 지난달 20일 열린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정규시즌 개막전에서도 오타니 곁에 있었다. 고척스카이돔 더그아웃에 머물렀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클럽하우스에서 미즈하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오타니는 미즈하라 때문에 금전적인 손실을 본 것은 물론 불필요한 오해까지 받았다. 거액의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모를 수 없다며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미국 검찰이 오타니가 피해자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에서 더그아웃에 앉아 투수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AP, REUTERS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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