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한화에어로 주가 올린 '인적분할'…장자 승계 수단으로 불리는 이유
이면에는 김동관 부회장 계열사 지배력 강화
주가 변동성 확대…"분할가치 주목"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적분할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최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핵심 사업인 방위·우주 산업에 더 집중해 사업 고도화 효과를 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전쟁의 장기화 속에 방위산업 분야가 큰 수익성을 가져다 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와 별개로 일부 투자자들은 인적분할을 통해 김동관 부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이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이 장자 승계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뿐만 아니라 승계와 얽혀있는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적분할 "핵심분야 더욱 집중"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8월14일 인적분할 승인을 주요 안건으로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에 있던 인공지능(AI) 솔루션과 차세대 반도체 장비사업 등 인더스트리얼솔루션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라는 신설 지주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기업은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100% 자회사로 두게 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동반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핵심분야인 방위산업 중심으로 사업을 고도화시키면서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도 독자 경영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달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의 분할 비율은 9:1이다. 8월 임시주총 이후 9월 내 기업분할 완료를 목표로 한다. 신설법인인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분할 이후 재상장되며, 이후 한화비전과 합병된다. 해당 작업이 완료되면 한화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 산하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 2개의 중간지주사가 놓이는 형태로 지배구조가 재편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한화그룹 내에서도 일부 사업구조 개편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3일 한화 그룹은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 플랜트 사업 등을 한화오션에 양수하기로 했다. 또한 한화 모멘텀부문의 물적분할을 통해 태양광 장비사업을 한화솔루션이 인수한다고 밝혔다. ㈜한화에 모여있던 주요 핵심사업들을 분야별 전문성 강화를 위해 각 계열사로 분산배치 하는 셈이다.
주요 계열사 지배력 강해지는 김동관 부회장…지배구조 개편 이면표면적으로는 방위·우주산업에 집중한다는 것이 이번 인적분할의 주요 목표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재편 이후 김 부회장의 그룹 계열사 지배력 강화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번 분할 및 사업구조 개편에서 핵심 계열사로 부각된 기업들이 모두 김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 그룹 전략부문 대표이사이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또한 한화오션의 기타비상무이사고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보유 지분율 50%)다. 방위·우주·태양광·에너지 등 그룹 내 주요 핵심사업 계열사에 모두 임원, 주주로 등재돼있다.
사업구조 개편과 함께 ㈜한화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 강해질 것이란 예상을 하게 하는 이유다. ㈜한화는 지난달 26일 개최한 정기주주총회 의안 중 하나로 정관을 일부 변경했다. "자회사(회사가 과반수 의결권 보유 등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가지는 종속회사)의 지분 소유를 통해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한화의 보통주 4.91%, 우선주 3.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가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의 보통주 9.70%, 우선주 5.1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지분까지 고려하면 김승연 회장(보통주 22.65%, 우선주 6.40%)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한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변동성 확대…"분할기업 가치 부각 기대"기업분할과 지배구조 개편 속에 그룹 내 입지가 한층 높아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연초 주당 12만9700원이던 주가는 인적분할 소식이 보도된 이달 2일 24만1000원까지 올라 85.81% 치솟았다. 이후 5일 인적분할 계획이 공시되면서 다시 11.82% 주가가 빠졌다.
분할에 따른 실적 위축 우려도 일부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가의 중장기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결정에 따라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실적에서 제외될 경우 분할 전 대비 매출은 14.8%, 영업이익은 19.4% 정도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실적 위축이 불가피하다해도 이번 결정은 존속기업의 사업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주가하방 위험보다는 사업 혼재에 따른 평가절하 요소를 제거하게 될 가능성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분할된 기업들의 실적가치가 부각된다는 점도 주가전망을 밝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분할이 주주가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한화비전·한화정밀기계의 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신설 법인은 한화비전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반으로 한화정밀기계의 고성장산업에 투자해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HBM용 반도체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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