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터지는 숏폼, 푸바오의 무해함…한국인 열광시킨 이유[내사람]

문혜원 2024.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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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이 오면 유튜브 숏폼이나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소비에 중독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납니다. 소비자들은 그러면서도 털 인형의 포근함이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푸바오의 무해함을 갈망하죠.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극 중독'에 빠진 마음을 '디톡스' 할 수 있는 소비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해온 강 팀장은 문과적 감수성으로 데이터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며 관찰과 직관, 데이터를 활용해 현상의 인과, 영향, 패턴을 밝혀내는 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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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대홍기획’ 강승혜 팀장
데이터 해석·논증하는 데이터인사이트팀 소속
광고회사도 소비 심리 분석이 중요
지난달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의 한국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경기 불황이 오면 유튜브 숏폼이나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소비에 중독되는 소비자들이 늘어납니다. 소비자들은 그러면서도 털 인형의 포근함이나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푸바오의 무해함을 갈망하죠. 경제가 어려울수록 ‘자극 중독’에 빠진 마음을 ‘디톡스’ 할 수 있는 소비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에서 데이터인사이트팀을 이끄는 강승혜 팀장은 최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을 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판다 ‘푸바오’ 열풍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홍기획은 직원 수 450명을 거느린 롯데 계열 광고대행사다. 사내 데이터인사이트팀은 빅데이터(소셜)와 스몰데이터(설문조사)를 융합적으로 활용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데이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광고주에게 광고·마케팅 전략으로 제안한다. 사람들의 소비행동과 심리를 연구해 소비자 및 비즈니스 트렌드에 관한 통찰을 담은 보고서도 매년 발간하고 있다. 광고 회사에 다니지만 ‘해석과 논증’이 업무의 핵심이다. 이를테면 소비자들이 왜 푸바오에 열광하고, 굿즈에 지갑을 여는 지 그 소비 심리를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대홍기획 본사에서 만난 강승혜 대홍기획 데이터인사이트팀장. 사진=문혜원 기자

강 팀장은 “우리 팀은 데이터를 활용해서 광고주가 궁금해하는 트렌드에 대해 검증하거나 성과를 입증하고, 사실에 기반해서 광고 목표물의 특성을 그려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며 “시장과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해온 강 팀장은 문과적 감수성으로 데이터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며 관찰과 직관, 데이터를 활용해 현상의 인과, 영향, 패턴을 밝혀내는 일을 즐긴다. 최근에는 팀원들과 의기투합해 마케팅 서적 ‘세대욕망’을 출간하기도 했다.

강 팀장은 “흔히 ‘데이터’를 다룬다고 하면 엔지니어, 기술, 수치, 통계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광고회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은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데이터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살아가는 방식, 물건을 사거나 돈을 쓰는 맥락과 히스토리를 읽어내고 마케팅 전략에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강 팀장은 “데이터의 표정을 읽는다”라고 표현했다.

마라탕(왼쪽)과 탕후루(오른쪽). 사진=아시아경제DB

예를 들면 최근 ‘도파민이 터진다’는 말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점, 매운 ‘마라탕’이나 단맛의 ‘탕후루’를 즐겨 먹는 분위기, ‘숏폼’ 영상의 유행,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각종 캐릭터 굿즈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 등이 하나의 메시지로 축약돼 광고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강 팀장은 “이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람과 사물, 주변 환경, 사회 현상 등에 대한 관심 덕분에 ‘자극 중독 시대’라는 현상 패턴이 읽히게 됐다”면서 “이를 토대로 광고주들에게 요즘 트렌드는 이렇다고 설명드리고 이를 토대로 광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성장과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에는 결국 사랑, 귀여움, 그리움(향수) 감성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생존과 성장의 관건”이라고 했다.

강 팀장은 국내 식음료 업계가 참고할만한 트렌드도 조언했다. 그는 식품·음료 업계에 '제로' 열풍이 거세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런 성분 조절 식품들이 각광받는 것은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깊다. 엔데믹 선언이 있었지만 건강 관리에 대한 생각은 마치 팬데믹이 남긴 유산처럼 계속해서 사람들의 식습관과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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